김정주 NXC 대표이사가 넥슨의 가치를 놓고 시장과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26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김 대표는 넥슨 매각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김 대표가 넥슨을 지배하는 NXC 지분 전량을 매물로 내놓은지 반 년 만이다.
 
넥슨 '몸값' 의견차이 좁히지 못한 김정주, 매각 포기할까 재개할까

김정주 NXC 대표이사.


게임업계는 김 대표가 원하는 가격을 맞춰줄 수 있는 인수자를 한국에서는 찾기 힘들다고 바라본다. 그렇다고 자금력이 충분한 외국기업들이 넥슨에 큰 매력을 느끼지도 못하고 있다.

김 대표가 매각대금으로 원한다고 알려진 금액은 10조 원에서 많게는 15조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NXC가 보유한 넥슨 지분가치는 7조5천억 원 수준인데 경영권 프리미엄과 다른 계열사 가치까지 더해도 김 대표의 눈높이는 매우 높다.

‘던전앤파이터’ 등을 통해 벌어들이는 지식재산권 수입이 지속적으로 큰 규모로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다.

반면 시장은 이견을 보인다. 넥슨의 성장성에 의구심을 품은 신호도 포착된다.

넷마블과 카카오 등 전략투자자들은 넥슨의 개발인력, 기술력, 자산보다 지식재산권을 확보하는 데 무게를 두고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지식재산권을 사들이는 데 10조 원 넘게 지불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느꼈을 가능성이 높다.

넷마블은 인수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지기도 한다. 넥슨의 미래가치에 투자를 단행할 파트너를 구하는 데 고전한 것이다.

게임산업의 성장세가 점차 완만해지는 상황에서 넥슨은 성장 가능성을 뚜렷하게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넥슨은 2018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5천억 원을 냈는데 이 가운데 1조 원 정도가 중국 텐센트에 던전앤파이터 배급권을 제공하는 데서 나올 만큼 의존도가 크다.

모바일 대응도 미흡하다.

게임 플랫폼의 주축은 PC에서 모바일기기로 옮겨가고 있는데 넥슨은 매출의 80% 정도를 PC온라인게임부문에서 올린다.

넥슨도 이런 현실을 자각하고 올해 상반기 신규 모바일게임을 쏟아낸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뚜렷한 성과는 내지 못했다.

넥슨이 가장 힘을 준 모바일게임 ‘트라하’는 ‘토르’ 배역을 맡은 크리스 헴스워스를 홍보모델로 기용했는데도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순위 20위권, 애플 앱스토어 매출순위 60위권을 보이고 있다.

김 대표가 계산한 지분가치와 시장이 바라본 매물의 매력도 사이에 격차가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한 만큼 매각절차를 재개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하지만 김 대표는 지분 매각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인수기업을 물색하는 작업을 완전히 그만두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표는 미국 월트디즈니컴퍼니를 찾아가 인수를 제안했던 것처럼 마음에 드는 인수기업에 지분을 넘기기 위해 노력할 가능성이 높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매각절차 초기에 “중국 게임시장이 불투명해 지금이 넥슨을 매각하기 가장 좋은 때”라며 “김 대표가 이익을 더 챙기기 위해 매각을 서두른 것 같다”고 바라봤다.

김 대표는 게임 개발자보다는 뛰어난 사업가로 평가받는다. 넥슨은 인수합병으로 사세를 키워왔으며 김 대표는 현재 투자회사를 이끌고 있다.

다음 사업을 추진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넥슨을 매각해야 한다.

김 대표는 블록체인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NXC를 통해 가상화폐거래소 코빗과 비트스탬프 등을 인수하고 미국 가상화폐 위탁매매기업 타고미에 투자해왔다. 

넥슨 관계자는 “모회사에서 매각을 진행해 내용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NXC 관계자는 “매각과 관련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재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