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글로벌 권역별 책임경영체제 도입을 선언한지 약 2년 만에 조직개편을 마무리한다.

현장중심의 의사결정체계를 강화하겠다는 뜻에서 추진된 권역본부 구축이 마무리됨에 따라 앞으로 각 권역본부들은 철저한 시장 맞춤형 전략으로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영업이익률 개선’ 목표 달성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기아차 글로벌 권역본부 구축 마무리, 현지 맞춤형 전략 본격화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19일 기아차에 따르면 9월에 인도권역본부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이 확정됐다.

기아차는 한국투자증권 주관으로 18일 한국투자증권 여의도 본사에서 열린 국내 기관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에서 이런 내용을 발표했다.

24~25일 서울 콘래드호텔에서 열리는 ‘UBS코리아컨퍼런스 2019’에서도 같은 내용을 국내외 기관투자자에게 알린다.

기아차가 인도권역본부 설립시기를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아차의 새 글로벌 공장인 ‘인도 아난타푸르 공장’ 가동시기에 맞춰 권역본부를 출범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기아차의 인도권역본부 출범은 현대차와 기아차가 그동안 추진해왔던 글로벌 주요 지역의 권역본부체제 구축이 마무리된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현대차는 2018년 말까지만 해도 북미와 유럽, 인도, 러시아 등 4개의 권역본부체제를 갖추고 있었지만 올해 초 아시아태평양(아태), 중남미, 아프리카·중동(아중동) 등 3개 권역본부를 추가해 글로벌 조직개편을 마무리했다.

기아차도 기존 북미와 유럽, 러시아권역본부에 이어 올해 초 아태, 중남미, 아중동권역본부를 추가로 만들었다.

기아차 인도권역본부까지 출범하면 두 회사 모두 7개 권역본부로 이뤄진 글로벌 권역본부체제를 갖추게 된다.

각 권역본부들은 앞으로 글로벌 판매전선의 선봉에서 현대기아차 영업이익률 향상을 위한 기틀을 다져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다른 글로벌 완성차기업들보다 뒤늦게 글로벌 자율경영 전략을 시행하게 된 만큼 각 권역본부들이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과제는 많은 편이다.

과거 현대기아차 본사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던 해외 생산·판매법인을 자율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것은 물론 현지 맞춤형 전략을 직접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각 권역본부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각 권역본부들은 시장별 수요 변화에 가장 어울리는 차량을 출시해 수익성을 끌어올리는데 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이원희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2월 말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직접 권역별 책임경영체제를 놓고 “권역본부들은 시장 특성과 고객의 요구를 반영한 현지화 모델로 판매경쟁력을 강화하는 상품전략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부문에서 2022년 영업이익률 7%를 내겠다는 목표도 함께 밝혔는데 이 목표 달성에 권역본부를 통한 경영 효율성 개선이 주요한 전략이라고도 강조했다.

기아차도 최근 기업설명회 자료를 통해 권역본부 구축을 통해 ‘재고 수준의 모니터링 강화’ ‘시장 변화에 신속한 대응’ ‘선제적 리스크 관리’ 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미 출범된 각 권역본부들은 역할은 커지고 있고 그 효과도 서서히 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세단 판매가 줄어들고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인기가 높아지는 북미시장 수요 변화에 대응해 SUV를 꾸준히 투입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코나에 이어 올해 팰리세이드와 베뉴를 추가로 투입한다. 기아차는 3월부터 텔루라이드를 판매하고 있다.

꾸준한 SUV 라인업 확충에 따라 현대차와 기아차는 미국 전체 자동차 판매량이 후퇴했음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을 늘리는 성과를 내고 있다.

반면 소형차 판매비중이 압도적 인도에서는 베뉴와 셀토스 등 소형SUV를 투입해 시장 지배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권역본부별 새 성장동력 찾기에도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현대차 러시아권역본부는 최근 러시아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기관 '스콜코보혁신센터'와 함께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현지 차량공유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로 했다. 현지 차량공유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완성차기업 가운데 현대차가 처음인데 앞으로 규모가 커질 모빌리티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현대차 아태권역본부는 인도네시아 등에 새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자동차시장은 사실상 일본 완성차기업의 독무대로 여겨졌는데 시장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신공장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이 권역본부체제 전환계획을 처음 밝힌 것은 2017년 10월이다.

당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임직원 모두가 책임감있게 각 부문이 자율적으로 업무를 추진하는 조직문화를 구축하라”고 독려한 것이 글로벌 조직개편의 신호탄이 됐다.

각 해외법인이 시장상황을 본사에 보고하면 본사에서 직접 해외법인의 생산과 판매를 관리하는 방식에서 탈피해 각 권역에서 현지 전략과 생산, 판매 등을 통합해 운영하고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리게 하는 방식으로 조직개편이 이뤄져왔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