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4당의 국회 소집을 앞두고 국회복귀에 이전보다 전향적으로 돌아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라는 변수가 생긴 데다 한국당이 원내정치에서 배제되면 책임론이 거세질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오늘Who] 나경원, 인사청문회 계기로 국회복귀 위한 ‘출구전략’ 찾나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8일 문희상 국회의장을 만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나 원내대표가 윤 후보자의 검찰총장 지명에 따른 인사청문회를 기점 삼아 한국당의 완전한 국회 복귀를 결정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윤 후보자의 인사발령안이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문재인 대통령도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로 보내게 됐다. 국회는 요청안 제출일로부터 20일 안에 인사청문회 절차를 마쳐야 한다.

합리적 이유로 기한 안에 절차를 못 끝냈어도 추가 연장기간은 최대 10일이다. 6월 임시국회가 20일에 열리는 점을 고려하면 7월 중순까지 관련 절차를 마쳐야 한다.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관인데 현재 법제사법위원장은 여상규 한국당 의원이다. 한국당이 의사일정에 협조하지 않으면 인사청문회가 열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은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여부와 상관없이 검찰총장을 임명할 수 있다. 한국당이 윤 후보자의 임명을 막지 못하면서 인사청문회로 대정부 공세를 펼칠 기회도 잃는 셈이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한국당이 국회에 복귀해 윤 후보자를 검증하려는지 여부를 알 수 없다”며 “의사일정에 협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국회는 윤 후보자에 더해 김현준 국세청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일정도 처리해야 한다. 한국당은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 참여하기로 다른 정당과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고려하면 나 원내대표가 윤 후보자와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참여만 결정하고 다른 의사일정을 거부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한국당이 국회 밖에 오래 머무를수록 국회 공전에 따른 책임론도 커진다는 부담 역시 상당하다.

여론 조사기관 리얼미터가 11일 내놓은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501명의 53.4%가 ‘추가경정예산(추경) 등 재난과 민생현안 처리를 미루면 안 되므로 개원에 합의한 정당의 국회 소집에 찬성한다’고 대답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17일 나 원내대표를 만나 “방법이 어찌됐든 (여야가) 조금씩 대화하고 양보해 경제 현실을 북돋았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다만 나 원내대표가 조건 없는 국회 등원을 결정한다면 ‘빈손 복귀’라는 당내 반발을 피하기 힘들다. 그가 국회 복귀 협상의 전권을 사실상 받은 상황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한국당 의원들이 여야4당의 국회 소집 결정 이후 참석한 의원총회에서도 지도부의 강경노선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더욱 높게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나 원내대표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이후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 함께 장외투쟁에 나서는 등 강경노선을 통해 지지도를 쌓아올린 점도 국회복귀 결정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나 원내대표는 완전한 국회복귀를 결정하기 전까지 경제청문회 개최 등의 조건을 걸고 민주당을 비롯한 다른 정당들과 막판 줄다리기를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17일 “(경제)청문회라는 말이 부담스럽다면 형식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며 경제청문회 개최에 반대하는 민주당과 협상할 길을 어느 정도 열어두기도 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와 유성엽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도 국회 정상화를 위해 민주당이 경제청문회를 여는 데 합의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인사청문회 때문에라도 나 원내대표가 한국당의 국회복귀를 결정할 가능성은 많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경제청문회 개최 여부를 놓고 민주당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가 완전한 복귀시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18일 문희상 국회의장과 이 원내대표, 오 원내대표를 만나 국회 정상화 협상을 벌였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다만 그는 6월 임시국회가 열리는 20일 전까지 의사일정에 합의할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국회를 정상국회로 만들고 미래와 경제, 민생을 살리는 국회가 되기 위해 계속 힘쓰겠다”고 대답해 여지를 남겼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