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화장품 면세 표시제 시행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면세용품 표시를 위한 추가공정으로 비용부담이 늘어하는 데다 자칫 ‘명품’으로 꼽히는 고급 화장품 이미지에 손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화장품 면세 표시제로 매출 줄까 '촉각'

▲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왼쪽)과 차석용 LG생활건강 대표이사 부회장.


18일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관세청은 앞으로 면세용품 표시제도의 효과를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면세용품 표시제를 의무화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관세청은 앞서 12일 면세점에서 판매되는 화장품 등 국산 면세품의 국내 불법유통을 방지하고 시장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면세용품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표시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관세청은 면세 화장품 매출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에 우선적으로 면세용품 표시제를 시행하도록 했다.

면세용품 표시제는 전국화장품가맹점주연합회에서 면세점 제품이 국내에 불법으로 재유통됨에 따라 가맹점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관세청이 국내 유통시장 질서를 위해 도입했다.

이에따라 아모레퍼시픽은 앞으로 가맹점에서 취급하는 마몽드와 라네즈, 한율, 아이오페 등으로 면세용품 표기를 확대하기로 했다. 앞서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와 헤라, 이니스프리 세트상품 등에 스티커를 부착해 면세용품 표기를 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5월부터 더페이스샵와 네이처컬렉션에 면세용품 표시를 한 뒤 공정을 갖춰 현재는 고급 화장품인 후, 숨 등의 고급 화장품 브랜드에도 면세 표시를 하고 있다.

관세청은 앞으로 면세용품 표시 의무화와 함께 ‘현장인도제’를 폐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어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매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현장인도제는 내국인과 달리 외국인 관광객에게 면세용품을 현장에서 바로 인도하는 제도를 말한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면세용품 표기가 된 상품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두 회사의 실적에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두 회사의 명품 화장품으로 꼽히는 설화수와 후에 면세용품 표시가 된다면 해외 고급 화장품 브랜드 제품과 경쟁에서 뒤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주된 의견”이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올해 1분기 기준으로 면세점 매출비중이 전체의 30% 수준으로 면세채널은 두 회사의 중요한 판매망으로 꼽힌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1분기 국내 면세점에서 매출 3669억 원으로 국내법인 전체 매출의 39% 비중을 차지했다.

LG생활건강은 2019년 1분기 국내 면세점에서 매출 4630억 원을 거두면서 전체 화장품 매출에서 비중이 40%나 된다.

두 회사 모두 면세채널에서 성장성이 높은데 자칫 고급 브랜드로 꼽히는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와 LG생활건강의 후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성장세가 둔화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근 국내 면세점시장에서 설화수와 후 뿐만 아니라 해외 명품화장품 브랜드의 판매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데 이번 면세 표시제도로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특히 한국 면세 화장품시장에서 ‘큰 손’으로 꼽히는 따이궁(중국 보따리상)들이 어떻게 반응할 지를 중요한 요소로 꼽고 있다. 

따이궁들은 해외 명품 화장품 브랜드 제품도 한국 면세점에서 구입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번 면세 표시제도로 이런 추세가 더욱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배송이 ktb증권 연구원은 “최근 추세를 보면 한국 면세점 매출이 좋은데도 한국 화장품 브랜드 실적으로 연결되지는 않고 있다"며 “이는 한국 면세 화장품시장에서 해외 명품 화장품의 점유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바라봤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면세용품 표시제가 국내 화장품시장 질서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추가 공정에 따른 비용부담이나 면세용품 표기로 브랜드 가치가 하락할 수 있어 실적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