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대우가 ‘대어급’ 기업 케이씨에프테크놀로지스(KCFT)의 상장 무산으로 아쉬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대우는 기업가치 1조 원이 훌쩍 넘는 현대오일뱅크, 홈플러스리츠 등의 상장이 미뤄진 데 이어 KCFT 상장까지 무산돼 1분기 부진했던 기업공개 실적을 만회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미래에셋대우, SKC의 KCFT 인수로 ‘대어급’ 상장주관 또 놓쳐 아쉬움

▲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미래에셋대우 본사 전경.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SKC가 KCFT를 인수함에 따라 KCFT의 대주주가 바뀐 만큼 KCFT의 상장이 다시 추진되더라도 모든 것이 처음부터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KCFT의 상장을 주관하던 미래에셋대우가 KCFT의 연내 상장을 목표로 두고 추진하던 계획들이 사실상 없었던 일이 된 셈이다. 

KCFT는 세계 1위 전지용 동박업체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필수소재인 동박과 TV, 노트북 등 소재인 박막(FCCL)을 생산한다.

최근 SKC가 KCFT의 지분 100%를 인수하기로 결정하면서 KCFT의 대주주는 글로벌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츠로버츠(KKR)'에서 SKC로 바뀐다.

KCFT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업공개시장에서 ‘대어급’으로 꼽히는 기업 가운데 연내 상장이 가장 확실하다고 여겨졌다. 기업가치는 1조5천억~2조 원으로 추정됐다.

기업가치 5조 원에 이르는 SK바이오팜 등의 연내 상장이 불확실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래에셋대우는 KCFT 상장으로 기업공개 실적을 단숨에 끌어올려 올해 기업공개 실적 1위를 노려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KCFT의 대주주였던 KKR이 KCFT의 상장을 추진하다가 갑작스럽게 매각으로 자금회수 방안을 바꾸면서 KCFT의 상장이 무산돼 미래에셋대우는 아쉬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대우는 KCFT의 상장을 추진하면서 쓴 비용도 고스란히 손실로 떠안게 됐다. 통상 상장주관사가 기업공개 과정에서 지불한 비용은 상장을 완료하기 전까지 돌려받을 수 없다. 

미래에셋대우는 KCFT의 연내 상장을 목표로 두고 싱가포르, 홍콩 등에서 KCFT 투자설명회를 열고 6월 안에 한국거래소에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하기 위한 준비도 모두 끝내놓은 것으로 파악됐다.

심지어 미래에셋대우는 KCFT의 매각이 결정되기 전날까지도 KKR로부터 관련 내용을 전해 듣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래에셋대우로서는 그야말로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KCFT 상장 무산으로 미래에셋대우는 1분기 부진했던 기업공개 실적을 만회하기도 더욱 어려워졌다.

미래에셋대우는 2017년과 2018년 2년 연속으로 기업공개부문 1위를에 오르며 ‘기업공개 강자’ 자리를 지켜왔다.

2018년에는 공모총액 4997억 원을 달성하며 전체 공모총액(2조9620억 원)의 16.9%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1분기에만 ‘대어급’으로 꼽히며 기대를 모았던 현대오일뱅크, 홈플러스리츠 등의 상장이 연기돼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거둔 데 이어 KCFT까지 무산돼 실망이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현대오일뱅크와 홈플러스리츠의 기업가치는 각각 2조 원, 1조5천억 원으로 추산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은 상장이 무산됐을 때 상장주관사가 쓴 비용을 만회해주기 위한 조치를 종종 취하기도 하지만 글로벌 사모펀드는 그런 점을 고려할 가능성이 낮다”며 “미래에셋대우로서는 KCFT 상장을 맡은 뒤 잃은 게 많아 안타까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KC는 최근 KCFT 지분 100%를 1조2천억 원에 사들이기로 결정했다. SKC는 화학사업과 산업소재사업, 전자재료사업 등을 주로 하는 기업으로 SK그룹의 계열회사다.

SKC의 KCFT 인수로 KCFT의 대주주였던 글로벌 사모펀드 KKR은 KCFT 인수 16개월 만에 매각차익으로만 9천억 원을 챙길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