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Who] 문재인 '윤석열 검찰총장' 선택, 파격적이지만 놀랍지 않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여주지청장 시절인 2013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국정원 댓글 수사에 검찰 수뇌부의 외압이 있었음을 폭로하고 있다.

파격적이지만 놀랍지 않다.

17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의 검찰총장 후보자 지명은 전례 없는 검찰총장 기수파괴 인사라는 점에서 파격적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윤 지검장을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하리라는 예상이 많이 나왔기 때문에 충격은 크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파격을 감내하며 윤 후보자를 지명한 이유는 명확하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다하지 못한 검찰개혁을 완수해 달라는 의지의 표현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윤 후보자 지명 사실을 전하며 “윤 후보자는 아직도 우리 사회에 남은 비리와 부정부패를 뿌리뽑는 동시에 시대적 사명인 검찰개혁과 조직쇄신 과제도 훌륭하게 완수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윤 후보자는 일찍부터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돼왔다. 하지만 그는 문무일 총장보다 다섯 기수나 아래인데다 고검장을 거치지 않아 곧바로 검찰총장에 오를 가능성은 낮게 점쳐졌다.

윤 후보자의 임명 가능성이 급부상한 것은 문 총장이 정부의 검찰개혁에 반기를 들면서부터다. 문 총장은 5월16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수사권조정 법안이 민주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이 윤 후보자를 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검찰총장으로 임명해 첫 검찰총장인 문 총장이 다하지 못한 검찰개혁에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렸다. 윤 후보자는 성향과 경력면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개혁을 이끌 적합한 인물로 꼽히기 때문이다.

윤 후보자는 뚜렷한 소신과 강직함을 지닌 검사로 평가받는다. 2013년 국정원 댓글 수사 때 외압을 폭로하면서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말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당시 징계를 받고 한직으로 좌천됐으나 검찰조직에 남았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때 박영수 특검의 수사팀장을 맡으며 화려한 복귀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문재인 정부 들어서 서울중앙지검장에 발탁돼 입지를 완전히 굳혔다.

이후 국정농단사건을 비롯해 이명박 전 대통령, 국정원 특수활동비, 사법농단 등 수사를 이끌며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을 상징하는 인물로 떠올랐다.

그동안 윤 후보자는 검경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 등의 현안들을 놓고 구체적 언급을 피해왔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윤 후보자를 검찰 수장으로 선택한 만큼 어느 정도 사전교감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와 윤 후보자 양쪽 모두 아직은 민감한 사안에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인다. 조만간 국회가 정상화되면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 수사권조정 등 현안과 관련한 윤 후보자의 생각이 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 후보자는 지명 이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여러 가지를 잘 준비할 테니 많이 도와 달라”고 말했다.

윤 후보자가 검찰총장으로 취임하면 당장 대규모 인적쇄신이 예상된다. 

통상 검찰총장의 선배와 동기 기수는 옷을 벗기 때문에 현재 검찰 고위직에 있는 사법연수원 19~23기 다수가 물러날 가능성이 크다. 자연히 연쇄 인사이동이 벌어지고 이를 통해 검찰쇄신 방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윤 후보자가 사법시험을 9수해 선배들보다도 연배가 높은 편인데다 향후 검찰개혁에서 조직의 반발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사폭이 적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