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K7 프리미어’를 최장 60개월 할부로만 판매한다.

애초 현대기아차 판매 사상 최장기간인 96개월 할부 프로그램을 도입하려고 했지만 프리미엄 세단으로서 이미지 하락을 고려해 이를 막판에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 K7 프리미어 놓고 '96개월 할부' 왜 막판에 포기했나

▲ 기아자동차 'K7 프리미어'.


14일 기아차에 따르면 기아차는 ‘96개월 할부 프로그램을 미시행하기로 했다’라는 방침을 K7 프리미엄 사전계약이 시작되기 직전에 확정하고 판매대리점에 공지했다.

기아차 판매대리점들은 12일부터 시작된 K7 프리미엄 사전계약에 “96개월 할부 프로그램이 어떻게 진행되느냐”는 고객들의 문의가 쏟아지자 개별적으로 소비자들에게 “96개월 할부 프로그램은 시행되지 않는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전용 구매프로그램 ‘K7 스마트 구매프로그램’에도 96개월 할부 프로그램은 빠졌다.

기아차는 사전계약에 참여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36개월 할부(금리 2.9%) △48개월 할부(금리 3.5%) △60개월 할부(금리 3.9%) 등의 금융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사전계약이 끝난 뒤에도 할부 프로그램은 36개월과 48개월, 60개월 등 3가지 종류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기아차가 K7 프리미어의 96개월 할부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기로 한 것은 뜻밖이다.

K7 프리미엄 사전계약을 앞두고 판매대리점들에게 전달한 ‘판매지침’에는 애초 96개월 할부 프로그램을 실시한다는 내용을 집중적으로 홍보하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기아차는 판매대리점에서 K7 프리미어 판촉활동을 할 때 ‘당사 최초로 선보이는 96개월 초장기 금융 프로그램’이라며 ‘혁신적 금융 프로그램’이라는 점을 강조하도록 권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지침과 달리 96개월 장기할부 프로그램이 막판에  제외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기아차가 96개월 할부 프로그램을 실시하려고 했던 유력한 이유로 판매 확대가 꼽힌다.

K7은 기아차의 K시리즈 세단(K3, K5, K7, K9) 가운데 가장 처음 나온 모델로 출시 초기만 하더라도 현대차의 그랜저 판매량을 넘기며 준대형 세단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하지만 2011년 이후 그랜저 수요가 꾸준히 증가했던 것과 달리 K7의 수요는 사실상 정체됐다. 2018년 판매량을 보면 그랜저는 국내에서 모두 11만3101대(하이브리드 포함) 판매됐지만 K7은 4만 대를 조금 넘는 수준에 그쳤다.

기아차가 그랜저와의 격차를 어떻게든 줄여보기 위해 K7 프리미어에 초장기 할부 프로그램 도입을 고려했을 가능성이 높다.

기아차는 K7 프리미엄에 차량에서도 집안에 있는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제어할 수 있는 ‘카투홈’ 서비스를 기아차 최초로 적용했고 다양한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ADAS)을 기본 적용하는 등 상품성 강화에 공을 들였다.

기아차는 K7을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하면서 기존보다 전장(차량 길이)을 25mm 늘렸는데 이런 변화도 부분변경에서는 드문 일이다.

이렇게 프리미엄 세단임을 내세우고 있는데 초장기 할부를 시행하게 되면 K7 프리미어의 브랜드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 효과가 긍정적 효과보다 더 크다고 판단해 판매전략을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K7 프리미어 구매를 고려한 소비자들 사이에서 ‘96개월 할부면 준대형 프리미엄 세단이 아니라 그냥 대중 세단 아니냐’ ‘적당한 옵션을 넣어 차를 사면 4천만 원이 훌쩍 넘는데 할부로 구입한 고객이 많아져 나중에 차량가치가 많이 떨어질 것 같다’라는 반응이 나왔다.

초장기 할부 프로그램을 도입에 따른 긍정적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60개월 할부에 금리 3.9%가 적용된다는 점에서 96개월 할부에는 최소 5% 이상의 금리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에 따라 소비자가 추가로 부담해야 할 비용만 800만~900만 원가량 된다.

기아차 관계자는 “애초 96개월 할부 프로그램은 다양한 판촉활동 가운데 하나로 검토됐던 것일 뿐 최종 단계에서 제외된 데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