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원인 조사결과 배터리 결함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자 한숨을 돌리게 됐다.

하지만 정부의 조사 과정에서 LG화학 일부 배터리 셀에 결함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안전성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LG화학, 에너지저장장치 면죄부 받았지만 안정성 입증과제는 여전

▲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


LG화학은 12일 정부 조사결과와 관련해 “안전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으나 2017년 초기 제품에 일부 결함이 발생한 적이 있었다”며 “모두 개선조치해 현재는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에너지저장장치는 풍력발전이나 태양광 발전 등으로 생산된 전기를 배터리에 저장하는 장치이다. 

2017년부터 에너지저장장치에서 원인불명의 화재가 23차례 발생해 정부와 민관합동 에너지저장장치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했다.

민관합동 에너지저장장치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는 11일 배터리 보호시스템 미흡, 운용관리 부실, 설치 부주의, 통합관리 부족 등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배터리 셀에서는 직접적인 화재 원인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LG화학이 이번 정부 조사결과에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23건의 화재 중 12건이 LG화학 배터리 셀을 탑재한 곳에서 발생했고 이 가운데 일부에서 배터리 결함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조사위는 “다수의 사고가 동일공장의 비슷한 시기에 생산된 배터리를 사용한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조사위는 이어 사고현장의 배터리와 동일한 생산공장, 생산시기의 배터리를 수거해 조사했다.

셀을 해체해 분석한 결과 1개 셀에서 극판접힘과 절단 불량, 활물질 코팅 불량 등의 제조 결함이 나타났다.

조사위는 극판접힘과 절단불량을 비슷하게 재현한 셀로 180회 이상 충방전 반복시험을 했지만 발화로 이어지지는 않았기에 직접적인 발화원인은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다만 조사위는 “제조결함이 있는 상황에서 배터리 충방전 범위가 넓고 만충상태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경우 자체 내부 단락으로 화재 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혀 화재의 간접적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뒀다. 

일각에서는 조사위가 동일공장의 비슷한 시기에 생산됐다고 특정한 배터리가 LG화학이 2017년 초 중국 난징 공장에서 생산한 배터리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LG화학은 2015년부터 중국 난징에 배터리공장을 짓고 전기차 배터리 및 중소형 배터리를 생산해왔지만 2016년말 중국 정부가 LG화학의 배터리를 탑재한 완성차 업체를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생산물량 해소에 문제가 생겼다.

같은 시기 국내에서는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지원정책을 도입해 에너지저장장치의 수요가 급증한 상황이라 LG화학이 중국 난징 공장에서 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도 생산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는 난징 공장 뿐 아니라 오창 공장에서도 생산해왔다”며 “사고가 난 배터리가 어떤 공장에서 생산했는지는 외부에 공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은 화재가 난 에너지저장장치에 쓰인 배터리들이 2017년 초기 생산된 제품으로 일부 결함이 발생한 적은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공정 및 설계 개선과 검사 공정을 강화해 모두 개선 조치했다”이라며 “안전관리 차원에서 에너지저장장치가 설치된 모든 곳을 점검해 잠재 불량군을 선별하고 교체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LG화학은 이날 “배터리가 안전관리 의무 대상으로 지정되는 만큼 모든 안전사항을 철저히 준수하겠다”는 공식입장을 내놓았다. [비즈니스포스트 석현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