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민 한진칼 전무는 검찰로부터 무혐의 및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았기 때문에 경영에 복귀하는데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상태다.”

조현민 전무의 복귀를 두고 한진그룹이 10일 밝힌 입장자료의 내용이다. 
 
조현민 한진칼 복귀 명분으로 내건 '법적 문제없음'은 너무 허약하다

조현민 한진칼 전무.


검찰은 조현민 전무의 혐의와 관련된 모든 수사를 불기소로 종결했다. 한진그룹의 설명대로 조현민 전무는 법적으로 '깨끗하다'.  

하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만을 조현민 전무가 경영에 복귀하는 이유로 삼기에는 설득력이 약하다.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은 조현민 전무를 한진그룹의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게 하도록 조치하며 게시한 사과문에서 “이번 사태를 통해 상처를 입은 피해자, 임직원 및 국민 여러분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한진그룹이 탈태하여 변화된 모습으로 국민 여러분의 눈높이에 맞는 기업으로서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사과문 어디에도 조현민 전무가 수사를 받고 있기 때문에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한다는 말은 없다. 조현민 전무의 복귀는 법적 문제 이전에 회사에 손해를 입히고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경영자가 아무런 후속대책과 반성 없이 복귀할 수 있는냐 하는 점에서 논란을 몰고 왔다.  

조현민 전무의 ‘물컵 갑횡포(갑질)’ 사건은 대한항공과 한진그룹, 나아가서는 우리 사회 전반에 큰 상처를 냈다. 

태극기를 달고 운항하는 국적 항공사 오너 일가의 갑횡포를 두고 외국언론은 ‘언니는 땅콩 공주, 동생은 물끼얹기 공주’라며 조롱했다. 대한항공 직원들은 “예전에는 대한항공에 다닌다는 것이 큰 자랑이었지만 이제는 아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조현민 전무는 사회뿐 아니라 회사에도 직·간접적으로 커다란 피해를 줬다.

조현민 전무가 부사장으로 재직하던 진에어는 조현민 전무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항공사 면허취소 위기에 몰렸고 면허취소는 간신히 넘겼지만 동시에 부과된 국토교통부의 제재로 진에어의 임직원들은 아직까지 고통받고 있다.

진에어 노동조합은 조현민 전무의 한진그룹 경영 복귀소식과 관련해 11일 성명을 내고 "조현민 전무의 한진칼 경영복귀 소식을 접하며 진에어 노동조합과 2천여 명의 직원들은 하늘이 무너지는 참담한 심정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사건 이후 조양호 전 회장이 평창동계올림픽 추진위원장으로 활동하며 간신히 돌려놓은 국민여론은 조현민 전무의 물컵 갑횡포사건으로 다시 한번 한진그룹에 등을 돌리는 결과를 낳았다.

여론의 악화는 한진그룹을 향한 정치권의 공세, 국민연금과 갈등,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와 경영권 분쟁까지 불러왔다. 

조양호 전 회장은 조현민 전무를 한진그룹의 모든 직책에서 해임하면서 한진그룹의 경영 투명성 강화를 약속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아직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 

대한항공에 전문경영인을 도입하겠다며 신설한 부회장직은 유명무실해졌고 KCGI는 “한진그룹은 낙후된 지배구조 때문에 일반 주주, 채권자, 직원, 나아가 국민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현민 전무는 회사와 사회에 큰 피해를 입히고 사퇴한 데 더해 사퇴 당시 약속했던 것도 아직 지키지 못했음에도 경영에 복귀하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한진그룹은 조현민 전무의 경영복귀를 설명하며 “형제간에 화목하라는 조양호 전 회장의 강력한 유지를 실현하기 위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결국 조현민 전무가 한진그룹 경영에 복귀해야 하는 이유는 조양호 전 회장의 자녀라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법적 문제가 있다’는 것은 경영을 맡지 말아야 할 이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법적 문제가 없다’는 것이 경영을 맡아야 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은 오너가 아니라 주주가 주인인 주식회사다. 조현민 전무가 경영에 복귀하기 위해서는 ‘조양호 회장의 강력한 유지’가 아니라 조 전무가 회사를 발전시켜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그가 회사에 미쳤던 손해를 복구할 방법은 있는지, 그런 일들이 재발되지 않을 제도적 장치는 마련돼있는지 등을 살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진그룹은 이대로 계속 ‘족벌경영’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할지도 모른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