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승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이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 고객사들에 설계기술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확대하며 반도체기업과 협력을 강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

삼성전자가 위탁생산사업 후발주자로 안고 있던 약점을 극복하고 고객사와 신뢰를 구축하는 한편 새 공정기술 도입시기도 앞당길 수 있는 효과적 전략으로 분석된다.
 
정은승, 삼성전자 위탁생산 후발주자 극복 위해 반도체 설계기술 지원

정은승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


11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최근 미국 반도체 설계기술 전문업체인 시놉시스가 삼성전자의 5나노 EUV(극자외선) 공정에 활용되는 반도체 설계기반 등 기술 플랫폼을 제공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놉시스의 플랫폼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위탁생산 고객사가 시스템반도체 설계에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도구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삼성전자가 개발에 성공한 5나노 EUV 공정은 반도체 성능과 전력효율을 모두 크게 높일 수 있는 차세대 기술로 꼽힌다. 실제로 양산체제를 갖추려면 1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생산을 시작하기 한참 전부터 고객사에 설계 기술을 지원하는 것은 그만큼 새 공정 도입 초기단계부터 적극적으로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 반도체 설계기업이 단순한 위탁생산업체와 고객사의 관계를 넘어 서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거듭나도록 하겠다는 정은승 사장의 목표가 점차 구체화되고 있는 셈이다.

정 사장은 최근 위탁생산사업 설명회에서 “삼성전자와 고객사가 서로 믿고 비전을 공유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며 “가장 신뢰받는 반도체 위탁생산업체라는 목표를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이 삼성전자와 고객사의 신뢰를 특히 강조하고 있는 것은 반도체 위탁생산시장에서 후발주자라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의 위탁생산 경쟁사인 대만 TSMC는 애플과 퀄컴, 엔비디아 등 주요 반도체기업과 오랜 기간 거래를 이어오면서 깊은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TSMC는 고객사들에 높은 신뢰를 얻고 있기 때문에 새 반도체 생산공정 도입을 발표할 시점에 완전한 기술 검증절차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수주를 확정하는 사례가 많다.

반면 삼성전자는 시장에 비교적 후발주자로 진출해 장기간 안정적으로 협력해온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지 않아 새 공정기술을 내놓을 때 수주전에서 다소 불리한 위치에 놓여있다.

정 사장이 삼성전자의 5나노 공정부터는 이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일찍부터 시놉시스의 플랫폼을 활용한 설계기술 지원으로 협력관계를 맺으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위탁생산 고객사는 이를 통해 삼성전자와 새 공정에 최적화된 반도체 설계기술을 미리 공유하며 신뢰가 높아질 수 있고 삼성전자는 고객사를 더 일찍 확보하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시놉시스는 보도자료를 통해 “삼성전자 반도체 위탁생산 고객사가 우리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최신 반도체기술을 더 빠르게 적용할 수 있다”며 “함께 혁신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은승, 삼성전자 위탁생산 후발주자 극복 위해 반도체 설계기술 지원

▲ 삼성전자의 반도체 위탁생산 기술지원 프로그램 안내.


삼성전자는 아직 개발단계인 3나노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과 관련한 설계도구도 주요 위탁생산 고객사들에 미리 제공하면서 기술 지원을 점차 강화하고 있다.

시스템반도체는 삼성전자가 그동안 주력으로 삼던 메모리반도체와 달리 다품종 소량생산이라는 특징을 지니고 있어 개별 고객사와 소통을 강화하고 협력을 맺는 맞춤형 전략이 중요하다.

정 사장이 삼성전자의 반도체 설계기술 지원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고객사에 적극 손을 내밀고 있는 만큼 위탁생산시장에서 영향력을 더욱 키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중소형 반도체 고객사가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베이스에서 삼성전자의 반도체 설계자산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세이프 클라우드’ 프로그램도 새로 도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세이프 프로그램을 모든 반도체 위탁생산 공정에 적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기술 지원을 통해 더 많은 반도체기업과 사업기회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