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투자가 부동산금융 부문에서 투자를 늘리면서 이에 따른 위험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10일 금융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하나금융투자의 우발부채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 자본 건전성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말이 나온다. 
 
하나금융투자, 부동산금융 투자 늘었지만 위험성도 함께 높아져

▲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


하나금융투자의 우발부채는 3월 말 기준 2조5800억 원으로 지난해 3월 말보다 45%가량 증가했다. 자기자본 대비 78.4% 수준으로 증권사의 평균인 63.7%를 웃돈다.

우발부채는 현재 채무가 아니지만 채무불이행 등 일정한 조건이 발생하면 채무가 될 가능성이 있는 금액을 말한다.

하나금융투자가 최근 해외 부동산 및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사업에서 연이어 굵직한 투자거래를 따내면서 이에 따른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재우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최근 하나금융투자의 우발부채 증가액의 상당 부분은 해외 부동산 및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에 따라 발생한 것”이라며 “부동산 경기에 민감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만큼 부동산 경기 냉각, 금융시장 경색 등 시장 변수에 따라 우발부채가 채무로 변화할 가능성이 있어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나금융투자는 2월 대구 도원동 주상복합단지 개발사업에 약 5천억 원 규모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을 주선했다.

올해 들어 자산운용사와 함께 해외에서 굵직한 부동산 투자에도 나서고 있다.  

3월에만 프랑스 파리에서 2200억 원 규모의 르 크리스탈리아 빌딩과 2100억 원 규모의 체코 프라하 루스톤카 오피스 단지를 인수하는 데 성공했고 4월 글로벌 부동산 투자회사 티쉬먼스파이어로부터 프랑스 오피스 빌딩인 CBX타워를 5168억 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하나금융투자는 프랑스 르 크리스탈리아 빌딩 매입 가격 가운데 980억 원을, 체코 프라하 루스톤카 오피스 단지의 인수가격 가운데 810억 원을 총액인수했다.

총액인수는 증권사가 기관투자자 등에 판매하는 책임을 지고 지분을 모두 사들이는 방식을 말한다. 투자 후 재매각(셀다운)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증권사가 이에 따른 책임을 져야하는 만큼 위험성이 크다.

하나금융투자가 해외에서 주로 부동산투자를 벌이고 있다는 점도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부동산시장과 비교해 해외에서 투자를 진행하는 데 있어 변수가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실사과정이 국내보다 더욱 복잡한 데다 경기 변화에 따른 위험성을 예측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도 최근 해외에서 활발히 부동산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하나금융투자의 자기자본이 3조 원대에 그치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공격적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래에셋대우의 자기자본은 8조4800억 원, 한국투자증권은 4조5천억 원 수준이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해 초부터 올해 3월까지 해외 부동산 투자금액이 2조 원을 넘어서 메리츠종금증권이나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을 제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당국에서도 하나금융투자를 비롯한 증권사들의 부동산금융사업에 따른 위험성을 눈여겨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조만간 하나금융투자를 포함한 네 곳의 증권사를 선정해 부동산금융 부문을 검사할 계획을 세워뒀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 검사일정이나 검사 대상은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해외 부동산 투자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여러 방면에서 제한을 두지 않고 검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부동산금융 부문을 검사를 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해외 및 부동산투자를 실시할 때 철저하게 리스크 관리를 하는 만큼 부동산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지 않는 이상 위험부담이 높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