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이마트 생존을 위해 '변신'과 '상생'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대형마트산업의 침체 속에서 이마트가 살려면 편의점과 복합쇼핑몰, 자체브랜드 등으로 사업구조를 바꿔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맞닥뜨린 골목상권의 반발을 가라앉히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답답한 정용진, 이마트 스타필드와 골목상권 '동행' 쉽지 않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31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의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가 창원에 입점할 수 있을지를 두고 2년째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창원의 전통시장 상인 1천여 명(경찰 추산)은 30일 창원시청 앞 광장에서 스타필드 입점저지를 위한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스타필드는 지역상권을 파탄하는 데다 교통대란의 주범" 이라며 "입점을 저지하고 무분별한 재벌횡포를 막아 우리 삶의 터전을 지켜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마트의 100% 자회사인 신세계프라퍼티는 2016년 4월 창원 중심가에서 가까운 의창구 중동의 부지 3만 4311㎡를 750억 원에 구입했다. 2015년 말 기준으로 신세계프라퍼티 자산의 10.32%에 이르는 거액이었다.

하지만 스타필드가 들어서면 인근 상권이 전부 몰락할 것이라는 지역여론과 스타필드를 유치해 지역거점 상권을 만들어야 한다는 여론이 팽팽히 맞서면서 사업 진행은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6월 초 창원 스타필드 입점과 관련한 공론화위원회가 구성돼 설문조사, 시민참여단 추출, 숙의토론을 거쳐 7월24일까지 최종결론(권고안)을 도출하기로 했지만 의견을 합치할 수 있을 지 불투명하다.

스타필드는 정 부회장의 야심작이자 신세계그룹의 새로운 주력사업이다. 그는 2017년 6월 신세계프라퍼티의 지분을 이마트로 일원화하고 복합쇼핑몰사업에 공을 들여왔다.

2016년 경기 하남에 1호점인 스타필드하남를 열어 사업을 시작했고 같은해 12월 서울 코엑스몰의 임차운영권을 얻은 뒤 스타필드코엑스몰로 탈바꿈했다. 2017년 8월에는 경기 삼송에 3호점인 스타필드고양까지 문을 열었다. 앞으로 인천 청라, 경기 안성에도 입점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안성 스타필드 입점을 두고도 평택시민단체와 지역상인 등이 상권 초토화와 교통대란 가능성에 관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

정 부회장이 또 다른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해온 이마트24와 노브랜드사업 역시 순탄치 못하다.

이마트24는 ‘경영주와 함께 상생하는 참 다른 편의점'을 내걸고 출범했으나 가맹점주들과 충돌이 잦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마트가 이마트24 주변에 노브랜드 점포를 출점하면서 "편의점 근접출점 제한을 피해 골목상권을 침탈하려는 의도"라는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공정거래조정원 가맹사업거래분쟁조정협의회는 경기도 수원의 이마트24 가맹점이 가맹본부를 상대로 제기한 영업지역 침해관련 분쟁조정 신청에서 가맹점 측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간단히 말해 이마트24와 노브랜드는 동일업종인 만큼 운영법인이 서로 달라도 노브랜드를 이마트24 주변에 출점하는 것은 영업지역 침해라는 것이다. 같은 문제로 다른 점포가 제기한 법정소송에서는 1심과 2심 재판이 이마트의 승리로 끝났는데 이번 조정원의 판단이 남은 대법원 판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노브랜드는 이마트24 관련 논란과는 별개로 지역상인들과 끊임없이 갈등을 빚고 있다. 광주 남광주시장에서는 최근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입점에 관해 상인들의 동의서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일면서 최근 입점이 무산됐다. 

정 부회장은 수년 전부터 고객들의 소비패턴 흐름에 맞춰 편의점과 복합쇼핑몰, 노브랜드, 온라인 등 다양한 대응방안을 준비해왔지만 이런 변화와 골목상권과의 '동행'를 동시에 추구하기가 만만치 않다. 

차재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마트는 영광은 가고 시련이 남았다”며 “유통업의 본질적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변화를 통해 성장하고 생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