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료는 당사가 정확성을 보장할 수 없으며 투자자 스스로의 판단과 책임 아래 투자를 최종 결정하길 바란다.”

증권사들은 연구보고서 끝에 이런 문구를 덧붙인다.
 
중국의 게임 '판호' 기대감 가득찬 증권사 리포트는 다시 봐야

▲ 대부분 증권사 연구 보고서들은 중국이 한국게임에 판호를 발급할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주가를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투자는 개인의 몫”이라는 말도 있듯이 투자결과의  최종적 책임은 투자를 직접 실행한 개인이 져야 한다.

그러나 증권사도 연구보고서라는 서비스를 투자자인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인 만큼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이런 의미에서 증권사들은 중국 판호 발급을 놓고 지나친 기대감을 투자자들에게 심어주는 것을 자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판호는 중국에서 게임을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허가로 중국 게임을 대상으로 나오는 내자판호와 중국 이외의 국가에서 개발한 게임에 내주는 외자판호로 나뉜다.

30일 IBK투자증권은 게임사 웹젠 투자의견을 매수(BUY)로 유지하면서 그 근거로 "웹젠은 ‘뮤’ 지식재산권을 활용한 게임 3종의 판호를 미리 접수해뒀기 때문에 다른 게임회사들보다 판호 발급이 빠를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을 들었다.

전날 메리츠종금증권도 펄어비스를 “중국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NH투자증권도 최근 “판호규제 완화 등으로 2019년 게임산업의 회복세를 기대한다”며 “판호 발급이 재개되면 펄어비스와 넷마블, 웹젠, 위메이드, NHN, 선데이토즈, 엔씨소프트 등이 수혜를 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처럼 대부분 증권사들은 판호 발급을 전제하며 게임회사들의 주가가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이런 보고서들은 2018년 12월 중국이 판호 발급을 재개했을 때부터 꾸준히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로부터 반년이 돼가도록 한국게임은 단 한 개도 외자판호를 받지 못했다.

40조 원 규모 중국 게임시장이 열리면 한국 게임회사들에 유리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증권사들은 현재의 중국 게임업계 분위기를 조금 더 정확하게 반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거대 정보통신기업이자 1등 게임회사인 텐센트는 최근 펍지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운영을 중단했다. 판호를 받지 못하면 게임 결제를 할 수 없어 텐센트는 그동안 손실을 내면서 이 게임을 운영해왔는데 결국 판호가 나올 것이란 기대를 접은 것이다.

한국 게임회사들은 중국 게임회사와 배급계약을 맺은 사실을 극도로 숨긴다.

펄어비스는 계약한 상대방의 요구로 ‘검은사막 모바일’ 배급계약을 체결한 중국 게임회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중국 게임회사들은 한국 게임회사로부터 지식재산권 사용료를 지불하고 게임을 제작해 내자판호를 받기도 한다. 이때도 한국과 중국 게임회사들은 한국 지식재산권을 사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지 않기를 바란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게임회사들의 소극적 태도로 미뤄 볼 때 중국당국은 한국의 지식재산권을 사용한 게임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뒤늦게 한국 지식재산권을 사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게임 출시에 차질이 생긴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판호 발급을 보고 투자를 하기엔 불확실성이 너무 큰 것으로 파악된다.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보복으로 한한령이 내려진 뒤 한국 게임들은 판호 발급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중국이 2018년 3월 판호 발급을 잠정 중단하기 전인 2017년 2월부터 한국 게임들은 판호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2018년 12월 중국이 판호 발급을 재개하자 증권사들은 일제히 관련 게임회사들의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거나 투자의견 매수를 제시했다.

이런 영향으로 웹젠 주가는 1분기에 40%나 뛰었다. 그러나 반년이 지나도록 판호가 나오지 않자 현재는 중국이 판호 발급을 재개하기 전 수준으로 떨어졌다.

4월 외자판호 목록에 NHN플레이아트(NHN 자회사)와 드왕고가 공동으로 제작한 ‘콤파스’, 란투코리아의 ‘크레용 신찬 링크 게임’이 포함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증권사들은 또 다시 판호와 관련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게임들은 한국 게임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NHN플레이아트와 드왕고는 모두 일본 회사이며 란투코리아는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과 룽투코리아(중국 룽투네트워크테크놀로지의 자회사)가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5월 외자판호 발급목록에는 한국 게임이 하나도 없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반영하는 증권사 보고서는 매우 찾기 힘들다.

현대차투자증권 정도만 “한국게임이 판호를 받으면 게임산업 전체가 살아날 것”이라면서도 “올해 안에 한국 기업에 중국 외자판호 발급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는 보고서를 냈다. 

최진성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게임이 한한령 완화의 영향을 처음으로 받는 분야는 아닐 것이고 중국의 게임산업 규제가 강해지고 있어 한국게임이 외자판호를 받는 데 부정적 의견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은 이런 의견도 유념해서 투자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재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