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이 편법적으로 그룹 경영권을 승계하려 한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편법승계 논란이 커지면 이 부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에도 흠집이 날 수 있다.
 
이재현 장남 이선호의 CJ 지분 취득 놓고 '편법승계' 논란 불거져

▲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


29일 CJ그룹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이 부장의 지주사 CJ 지분 취득에 의문점이 많다는 시각이 시민단체뿐 아니라 증권가에서도 나오면서 지주사 CJ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민단체와 증권가에서는 나오는 의혹의 핵심은 CJ올리브네트웍스 IT부문의 가치를 부풀려 이 부장의 CJ 지분 확보에 이용했다는 점이다.

CJ그룹은 올해 4월 CJ올리브네트웍스를 올리브영과 IT부문으로 분할하고 IT부문을 CJ의 100%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결정했다.

이 부장은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17.97%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런 과정을 통해 CJ 지분 2.8%를 확보하게 된다.

문제는 CJ올리브네트웍스 IT부문의 공시된 재무제표 수치와 CJ의 평가기준이 다르다는 점이다.

재무제표상 CJ올리브네트웍스 IT부문(파워캐스트 합산)의 2018년 영업이익은 173억 원, 세전·이자지급전이익(EBITDA)은 465억 원이다.

하지만 CJ그룹은 IT부문의 가치를 평가할 때 영업이익을 470억 원, 세전·이자지급전이익을 765억 원으로 평가했다.

약 300억 원의 영업이익 차이가 난다. 

CJ그룹 관계자는 “회계기준상 같은 기업으로 묶여 있었던 올리브영에 제공한 IT서비스 매출이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회계상 매출 차이가 나는 것으로 보일 뿐”이라며 “지난해 발생한 일회성 비용 등을 반영하면 실제 영업이익은 훨씬 증가한다”고 해명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가 IT시스템을 개선하면서 비용이 발생하고 있었는데 IT부문과 올리브영으로 분할하게 되면 이 부분은 비용이 아닌 IT부문의 영업이익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적분할 뒤에 IT부문이 올리브영에 시스템구축(SI)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게 된다면 실적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를 두고 “올리브영의 2018년 영업이익은 490억 원인데 IT부문이 올리브영에서만 매년 영업이익 200억~300억 원의 이익을 낸다는 CJ의 가정은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며 “CJ는 IT부문 기업가치를 5424억 원으로 평가했지만 올리브영 관련 영업이익을 제외하면 2111억 원이 적정하다”고 분석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 IT부문의 기업가치가 부풀려졌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일부 CJ 주주들은 IT부문과 CJ의 포괄적 주식교환을 반대하고 있다. CJ올리브네트웍스와 CJ의 주식교환 비율은 1 대 0.5444487로 결정됐는데 이는 CJ올리브네트웍스 주식이 CJ 주식에 비해 현저히 고평가돼 산정됐다는 것이다.

게다가 CJ 현재 시가총액은 2015년 8월 최고치와 비교해 3분의 1로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CJ올리브네트웍스 기업가치는 3~4배 가까이 증가했다. CJ 주주들 입장에서는 CJ올리브네트웍스와 CJ의 주식교환이 달갑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강정민 경제개혁연대 연구원은 27일 “과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SK와 SKC&C 합병 사례도 지배주주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제일모직과 SKC&C에 유리한 것이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며 “이번 CJ와 CJ올리브네트웍스의 주식교환도 그런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CJ 주주들이 주식교환을 반대하면 이선호 부장의 CJ 지분 취득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CJ 주주들은 29일까지 주식교환 반대의사를 나타낼 수 있다. 발행주식 수의 20%가 반대하면 주식교환은 무효가 된다. 이재현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과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제외하면 45.55%의 지분이 남는데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수가 반대를 해야 한다.

CJ그룹은 CJ와 CJ올리브네트웍스의 지분교환이 예정대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고 신형우선주와 이 부장의 올리브영 지분을 활용한 다음 승계작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편법승계 논란이 커져 이선호 부장의 CJ 지분 취득에 제동에 걸리면 CJ그룹의 다음 승계작업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윤 연구원은 “CJ의 경영권 승계, 지분 확보과정에서 발생하는 잡음은 지금보다 향후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이해관계자를 고려한 결정이 중요할 것”이라며 “지분율보다 경영권 승계의 정당성과 실적 개선을 통한 후계자의 경영능력 입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