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생애주기펀드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할 기회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퇴직연금에 자동투자제도(디폴트옵션)가 도입되면 두 회사가 강점을 지닌 생애주기펀드 판매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생애주기펀드 판매 늘릴 기회 잡아

▲ 전영묵 삼성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서유석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


29일 금융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퇴직연금에 자동투자제도(디폴트옵션)가 도입되면 생애주기펀드(TDF)시장의 규모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투자제도는 근로자가 금융상품을 직접 설정하지 않더라도 금융회사가 사전에 결정된 운용방법으로 자산을 알아서 굴려주는 방식이다.

금융상품과 관련한 전문성이 부족한 근로자들이 별다른 의사표시를 하지 않아도 금융회사가 자동으로 금융상품에 투자해줄 수 있어 안정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은 1%대로 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국민들의 노후자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퇴직연금에 자동투자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생애주기펀드는 가입자의 연령대에 맞춰 자동적으로 투자자산을 배분해주는 장기 금융상품이다. 퇴직연금을 자동투자제도로 운용할 때 가장 널리 쓰이는 상품으로 꼽힌다. 

미국이나 호주 등 이미 퇴직연금에 자동투자제도를 도입한 국가에서는 생애주기펀드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2017년 발표한 ‘해외의 디폴트투자 옵션과 자동운용상품’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금융회사가 자동투자방식으로 퇴직연금을 운용할 때 선정한 상품 가운데 생애주기펀드 비중이 88%에 육박했다. 호주에서도 생애주기펀드와 비슷한 유형의 라이프사이클펀드 비중이 33% 정도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자동투자제도가 퇴직연금에 도입되면 생애주기펀드(TDF)펀드 판매를 늘릴 기회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는 일찌감치 생애주기펀드시장에 뛰어들어 운용능력을 검증받아온 만큼 생애주기펀드 수요가 늘어나면 크게 수혜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자산운용은 2016년 생애주기펀드상품을 내놓으며 선두자리를 굳혀왔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11년 이 시장에 잠깐 발을 들였다가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관련 사업을 벌이며 삼성자산운용을 추격하고 있다.  

현재 삼성자산운용은 37%, 미래에셋자산운용은 34%의 점유율을 차지해 두 회사의 합산 점유율은 전체 생애주기펀드시장의 절반을 훌쩍 넘는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든든한 판매채널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는 점도 생애주기펀드 판매를 늘리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

삼성증권과 미래에셋대우가 모두 퇴직연금 금융회사로 지정돼 있는 만큼 계열사인 삼성자산운용이나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생애주기펀드 판매를 장려하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가 같은 계열사의 펀드를 판매할 수 있는 비중이 법적으로 제한돼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50%까지 계열사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만큼 같은 계열사의 펀드를 판매할 수 있는 여지가 비교적 높은 편이다. 

다만 KB국민, 신한, 하나 등 금융지주들이 모두 퇴직연금사업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어 긴장을 늦추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지주들이 대부분 자산운용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는 만큼 자체적으로 생애주기펀드를 구성해 이를 판매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생애주기펀드시장에서 독보적 점유율을 차지하며 신뢰성을 쌓아왔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며 “퇴직연금제도 개선 바람을 타고 상위권 회사로서 입지를 굳힐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린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