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집단이 아닌 모든 사회가 한꺼번에 어울릴 수 있는 네트워크 공간을 만들어 보는 게 어떨까 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주셨는데 그동안 이런 네트워크의 공간이  부족했던 게 아니었나 생각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8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사회적 가치 축제 ‘SOVAC 2019’ 오전 행사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한 말이다. 이날 행사에는 4천 명의 기업인, 비영리단체 회원, 대학생, 일반인 등이 참석했다.
 
[오늘Who] 최태원, SK 지원 사회적 가치 축제에서 주연을 사양하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


행사장인 그랜드워커힐 호텔의 지하 2층부터 지상 4층까지는 우리 사회에 사회적 가치를 뿌리내리고자 하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사회적 가치 전도사 최 회장은 이날 현장에서 샌드위치를 먹으며 온 종일 자리를 지켰지만 그림자처럼 뒤에서 행사를 응원했다.

호텔 안 여섯 개의 홀에서는 사회적 기업과 공공기관, 시민단체 사람들의 열띤 토론과 강연의 장이 연달아 펼쳐졌고 호텔 구석구석에는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 사회적 가치와 관련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사회적 가치를 주제로 열린 최대 규모의 축제라는 설명이 실감났다.

최 회장은 이 공간에서만큼은 의도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피한 것처럼 보였다. 환영사는 조대식 SK수펙스추구위원회 위원장이 대신 했고 최 회장은 개막식 때 단상에 서지도 않았다.

대신 행사 내내 무대 아래에서 사회적 가치 구현에 힘쓰는 사람들의 발표에 귀를 기울였다. 인상 깊은 참가자들의 발언을 휴대전화로 촬영하기도 했다.

사회적 가치 창출은 일부만의 노력이 아니라 모두가 주체로 나서야 가능하다는 평소 생각이 그를 뒤에 서게 한 것으로 보였다.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의 확산을 위해서도 특정 기업이나 개인이 아니라 모두가 주체이자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밝혀왔다.

최 회장은 발표 무대에서 그를 향해 쓴소리를 한 사회적 기업가의 지적도 무대 바깥에서 묵묵히 들었다.

중증장애인 채용기업인 베어베터 김정호 대표는 “사회적 가치에 가장 앞서 나가는 SK가 장애인 의무고용율 3.1%를 지키지 않았다”며 “최 회장과 계열사 대표이사들, 임원들이 이번 행사에 참여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를 지적하기 위해 패널토론장에 선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날 행사를 마친 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장애인 고용문제는) 열심히 하려고 애를 썼는데 왜 안됐을까 당황했다”면서도 “무조건 하는 쪽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이번 행사를 주최한 SK는 ‘SOVAC 사무국 주최’ 속에 숨어 존재감을 드러내기를 꺼려했다”며 “거액의 행사비용을 대부분 부담했지만 행사의 주인공은 ‘참여자’들이라는 생각으로 팜플렛 어디에 SK 이름조차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