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설적 풋볼 코치 루 홀츠(Lou Holtz)는 게임의 승부란 후반전에 달렸다고 본다. 후반전 때 마주하는 도전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승자와 패자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김소희 전 스타일난다 대표와 ‘임블리’ 임지현씨 역시 사업을 키우고 난 뒤의 대처가 운명을 갈랐다.
 
'스타일난다' 김소희와 '부건에프엔씨' 임블리는 무엇이 달랐나

▲ 김소희 전 스타일난다 대표이사.


24일 업계에 따르면 김소희 전 스타일난다 대표가 최근 96억6800만 원짜리 한옥을 전액 현찰로 매입하면서 그의 성공신화가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시기가 절묘하다. 제2의 스타일난다로 주목받던 임블리는 마침 제품품질 등을 두고 여러 의혹이 불거져 사업의 지속 자체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패션사업으로 시작해 화장품까지 영역을 넓히며 급성장했다는 점에서 닮았다.

김 전 대표는 2005년 22살에 어머니와 함께 스타일난다를 시작했다. 임씨보다 한 발 앞서 이름을 알린 1세대 인플루언서다. 

2009년부터 시작한 화장품사업이 '신의 한수'가 됐다. 2017년 전체 매출이 1500억 원까지 불었고 결국 지난해 김 대표는 스타일난다 지분 100%를 세계 최대 화장품회사인 로레알에 6천억 원가량을 받고 팔았다. 

온라인쇼핑몰 임블리도 원래는 여성복이 회사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지금은 화장품 블리블리가 의류와 비슷한 수준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임블리를 운영하는 부건에프엔씨의 전체 매출은 1700억 원 수준이었다.

전반전까지는 두 사람 모두 승승장구를 한 셈이다. 다만 사업이 성장한 만큼 풀어야할 문제도 늘었다. 고객이 많아질수록 불만사항도 쌓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 전 대표는 고객과 공감대 형성에 주력했다. 직원들에게 고객을 ‘언냐’라고 부르도록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이야 흔한 일이지만 당시만 해도 드문 고객서비스였다. 스타일난다는 수십 명의 고객담당자를 배치해 하루 300~400여건의 문의와 불만을 실시간으로 해결했다.
 
임씨도 고객들을 '블리님'이라는 애칭으로 불러 친근감을 높이고자 했지만 가방끈 길이가 짝짝이라는 불만에 '잘라쓰라'는 등 성의없는 대응으로 눈총을 샀다. 이번 사태의 계기가 된 곰팡이 호박즙 논란 역시 초반의 미숙한 대응이 일을 키웠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스타일난다와 임블리는 평판이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의류업계의 한 관계자는 "임블리는 동대문 도매시장에서 업체들에게 단독 입고 요청을 하고 라벨비를 떠넘기는 등 갑횡포 문제로 원성이 많았다"며 "반대로 스타일난다는 동대문에서도 뭐 하나 빚지거나 갑질하는 일 없이 칼같이 계산해 깔끔하기로 유명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퇴장'의 시기에서도 차이가 났다.

김 전 대표는 전문경영인 출신이 아니다 보니 덩치가 커진 사업의 경영에 한계를 느껴 2016년부터 매각을 추진했다. 그러나 고속성장하는 과정에서 전문적 회계관리에 소홀했던 탓에 보따리상을 통한 중국매출 일부분이 누락돼 탈세로 볼 여지가 불거졌다. 이 때문에 거래가 막바지에 무산되자 김 전 대표는 1년간 절치부심하며 재매각 준비에 들어갔다.

매각 자문을 맡았던 글로벌 투자은행(IB) UBS에서 당시 거래를 담당했던 인력을 영입해 아예 내부 직원으로 앉혔다. 이어 전략 컨설팅 등을 거쳐 문제가 됐던 회계 이슈를 정리하고 마침내 매각에 성공했다.

반면 임씨가 상무로 있는 부건에프엔씨는 문제가 불거지고 나서야 가족경영을 버리고 전문경영인체제로 돌아섰다. 사업 몸집은 급격하게 성장했지만 기업 시스템과 문화는 그대로였던 것이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꼽힌다.

임씨의 남편인 박준성 부건에프엔씨 대표는 사업 확장에 신경 쓴 나머지 내부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하지 못해 이번 일로 이어졌다고 인정했다.

임씨는 7월1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인플루언서 활동에만 집중한다. 그는 "직원들이 어렵게 버티고 있어 사업을 접을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며 "다시 신뢰를 회복하고 싶다"고 최근 말했는데 부건에프엔씨는 '타임아웃'에 들어간 것이나 마찬가지다.

풋볼은 전후반에 3번씩의 타임아웃 기회가 주어진다. 실수를 되짚고 작전을 재정비할 수 있는 시간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