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트 컴퍼니(Great Company) 현대건설’. 박동욱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내건 2019년 슬로건이다.

박 사장이 이라크 해수공급시설 프로젝트 수주를 통해 해외사업에서 그동안 부진을 딛고 ‘대단한 회사(Great Company)’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늘Who] 박동욱, 이라크에서 현대건설 해외수주 기지개 펴다

박동욱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


23일 증권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현대건설은 올해 첫 해외수주인 이라크 해수 공급시설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올해 남은 기간 대규모 해외수주를 이어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김선미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은 이라크를 시작으로 해외수주를 회복해 나갈 것”이라며 “현대건설의 해외수주 모멘텀은 연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업계는 올해 초부터 현대건설을 2019년 해외수주가 가장 기대되는 건설사로 꼽았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상반기가 다 지나도록 성과를 한 건도 내지 못하면서 의구심을 키웠는데 이번 이라크 해수 공급시설 프로젝트를 통해 경쟁력을 단번에 입증했다.

이라크 해수 공급시설 프로젝트는 사업비가 25억 달러(2조9천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사업으로 현대건설이 지금껏 따낸 해외사업 가운데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프로젝트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현대건설은 다른 건설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하지 않고 단독으로 이번 사업을 따냈는데 3조 원에 육박하는 해외 프로젝트를 한 건설사가 단독으로 따낸 것은 상당히 드문 일로 평가된다.

공사기간을 고려하면 이라크 해수 공급시설 프로젝트는 아랍에미리트 원전 프로젝트보다 사업 규모가 더 클 수 있다.

현대건설은 3조8천억 원 규모의 아랍에미리트 원전 프로젝트를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진행하지만 이라크 해수 공급시설 프로젝트는 착공 뒤 49개월 안에 사업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이라크 해수 공급시설 프로젝트 수주는 해외수주에 목말랐던 박 사장에게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사장은 현대차그룹의 대표적 재무 전문가로 2018년 1월 현대건설 대표에 올랐는데 그동안 해외사업이 약점으로 평가됐다.

현대건설의 개별기준 해외수주 잔고는 2017년 말 16조7천억 원에서 2018년 말 8조1천억 원으로 52% 줄었다. 박 사장 취임 1년 만에 반토막 난 셈이다.

대부분 대형 건설사들은 2018년 사상 최대 실적을 냈는데 현대건설은 해외사업 부진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영업이익이 오히려 후퇴했다. 현대건설은 2018년 개별기준으로 영업이익 3049억 원을 냈다. 2017년보다 27% 줄었다.

현대건설은 올해 1분기에도 단 한 건의 해외수주를 따내지 못해 1분기 말 해외수주 잔고가 7조2천억 원까지 줄었다. 하지만 3조 원에 육박하는 이라크 해수 공급시설 프로젝트를 통해 해외수주 잔고를 단번에 40% 이상 늘리게 됐다.

이라크 해수공급시설 프로젝트는 현대건설 해외수주 회복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사장은 2019년을 시작하며 그 어떤 건설사보다 공격적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수주목표를 세웠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특히 개별기준 해외수주목표로 지난해 실적보다 208% 늘어난 7조7천억 원을 제시하며 자신감을 보였다.

건설사들은 입찰준비를 비롯해 입찰 뒤 수주결과가 나올 때까지 걸리는 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해외수주목표를 세운다. 공격적 해외수주 목표를 제시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수주 후보군을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해 말 현대건설에 합류한 정진행 부회장이 해외사업에 힘을 싣는 점도 박 사장을 든든하게 한다.
 
[오늘Who] 박동욱, 이라크에서 현대건설 해외수주 기지개 펴다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가운데)이 1월29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오른쪽 두번째) 등 대통령 특사단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현대건설>


정 부회장은 올해 초 대통령 특사단과 함께 이라크를 방문한 데 이어 4월 다시 한번 이라크를 방문해 사업 성사에 힘을 실었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의 대표적 대관업무 및 해외사업 전문가로 ‘건설명가 재건’을 내걸고 현재 현대건설의 해외사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박 사장은 올해 이라크 해수 공급시설 프로젝트 외에도 12억 달러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마르잔 프로젝트, 8억 달러 규모의 알제리 복합화력발전 프로젝트 등 대형 해외 프로젝트의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국내 건설시장이 축소하는 상황에서 박 사장이 내건 현대건설의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외사업을 잡아야 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라크 해수 공급시설 프로젝트를 통해 이라크에서 앞으로 발주될 정유공장, 전력시설, 주택 등 다양한 분야의 수주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이라며 “중동과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해외수주를 지속해서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