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업무추진비를 제로페이로 결제할 수 있게 되면서 공공부문에 제로페이를 활용하는 성과를 얻게 됐다.

그러나 제로페이의 민간부문은 아직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어 제로페이의 본래 목적인 ‘소상공인 살리기’를 실현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원순, 제로페이 공공부문 확대만으로 소상공인 살리기 어려워

박원순 서울시장.


22일 서울시청에 따르면 서울시와 산하 공공기관들은 업무추진비를 제로페이로 결제하기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4월30일 법인 및 단체용 제로페이 애플리케이션(앱)인 ‘제로페이 비즈(biz)’를 선보인 뒤 시범운영을 진행하고 있다”며 “앞으로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제로페이 비즈를 사용해 업무추진비를 결제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지방회계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의결했다. 정부와 지자체의 업무추진비를 제로페이로 결제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박 시장은 이번 개정안 의결을 통해 그동안 부진했던 제로페이 실적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2019년 정부와 지자체의 업무추진비 예산은 모두 4700억 원에 이른다. 

1월부터 4월까지 누적된 제로페이 결제금액은 52억 원가량으로 추산되는데 여기에 4700억 원 규모의 잠재적 수요가 더해져 앞으로 실적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정부기관들이 제로페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힘쓰는 추세를 감안하면 업무추진비 결제를 통해 공공부문에서 제로페이 사용을 정착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처럼 공공부문을 통해 제로페이의 외연을 확대하는 것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로페이의 사용처가 소상공인이기 때문에 제로페이로 결제 가능한 공공예산의 범위를 넓힌다 해도 일반적으로 대규모 예산을 집행하는 공공기관과 소상공인 사이 거래에는 한계가 있다.

박 시장이 당초 제로페이를 만든 목적대로 소상공인을 살리기 위해서는 민간부문의 수요를 창출해야 하지만 지금까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제로페이가 출범한 이후 5개월가량 지났지만 제로페이 실적은 신용카드 등 다른 결제수단과 비교했을 때 아주 미미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2019년 1분기 신용카드 승인금액과 승인건수는 각각 156조1천억 원, 29억9천만 건에 이른다. 반면 1월부터 4월까지 제로페이의 결제금액과 결제건수는 33만5천 건, 52억 원 수준에 그쳤다.

출범 초기임을 감안해도 지금까지 상황은 사업으로서 의미있는 실적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제로페이 사용처 자체는 점점 확대되고 있다. 4월 기준 제로페이 가맹점은 16만 호를 넘어섰다. 5월부터는 전국 편의점 4만3천여 곳에서도 제로페이 사용이 가능해졌다. 

이처럼 저변이 넓어지는데도 제로페이가 좀처럼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는 소비자가 제로페이 사용에 따른 혜택을 체감하기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시는 제로페이의 가장 큰 장점으로 사용금액의 최대 40%를 소득공제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을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소득공제율 40%를 보장하기 위한 조세특례제한법의 개정안은 아직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아 현재는 소득공제율 30%만 적용되고 있다. 체크카드의 소득공제율과 같다.

박 시장은 제로페이 혜택을 확대하기 위해 서울대공원, 서울식물원 등 공공시설의 할인정책을 내놨지만 결국 시민의 세금으로 공공시설 운영비를 충당해 제로페이 실적을 메운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