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사업의 탄탄한 실적 달성을 통해 한화의 주주가치를 높이겠다.”

옥경석 한화 화약방산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3월 말 서울 중구 퇴계로 세종호텔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늘Who] 옥경석, 한화 대전공장 가동 정상화 위해 악전고투

옥경석 한화 화약방산부문 대표이사 사장.


하지만 옥 사장의 이런 약속이 무색하게도 한화 주가는 21일 한때 2만6100원에 거래되며 2018년 10월30일 이후 7개월 만에 52주 신저가 기록을 새로 썼다.

한화가 15일 시장의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1분기 실적을 발표한 데 이어 20일 장 마감 뒤 전해진 대전 공장의 가동중지 지속 소식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는 1분기에 연결기준과 개별기준 영업이익으로 각각 2595억 원, 121억 원을 냈다. 1년 전보다 연결기준은 50.4%, 개별기준은 83.5% 줄었다.

연결기준 실적은 한화케미칼과 한화생명 등 주요 계열사의 실적 부진으로 후퇴했지만 개별기준 실적은 대전 공장 가동중단 등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화는 1분기 대전 공장 가동중단에 따라 부진한 자체 실적을 냈다”며 “대전 공장 재가동 일정이 불확실한 만큼 개별기준 영업이익이 2019년 크게 하락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고 바라봤다.

한화 대전 공장은 2월 폭발사고로 노동자 3명이 현장에서 숨지면서 작업중지 명령을 받아 가동이 전면 중단됐다.

한화는 5월 초 대전 공장의 비화약 작업실 일부를 다시 가동하며 사고 작업실을 제외한 화약 작업실 31곳의 사용승인을 요청했지만 기대와 달리 승인을 받지 못했다.

한화는 안전 관련 개선사안을 지속 반영해 다시 승인을 요청할 계획을 세웠지만 재가동 시기를 장담할 수 없다.

한화는 2월 사고 직후 재발 방지를 위해 방위사업청과 대전고용노동청, 대전 공장 노동자, 대전시 소방본부가 추천한 폭발 전문가의 합동조사를 받고 각 조사 주체가 공장 가동에 일치된 의견을 낼 때까지 작업을 중단하기로 약속했다.

한화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대전 공장의 재가동 시기를 예상하기 어렵다”며 “직원들의 안전을 제1목표로 대전지방고용노동청과 긴밀하게 협의해 관련 사안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옥 사장으로서는 대전 공장의 가동중지 상태가 길어지는 일이 무엇보다 큰 부담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는 한화그룹이 2015년 삼성그룹의 계열사 인수부터 이어진 방산사업의 사업구조 재편을 마치고 방산사업을 새롭게 다시 시작하는 첫 해로 평가된다.

한화그룹은 이를 위해 올해 초 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디펜스, 한화시스템 등 방산계열사의 합동 기업설명회를 열고 매출 확대를 통해 2025년까지 세계 10위권 방산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한화 역시 2018년 기준 1조6천억 원 규모인 자체 방산사업의 매출을 매년 확대해 2025년 3조 원까지 늘리기로 했는데  출발부터 대전 공장 가동중단이라는 큰 변수를 안게 됐다.
 
[오늘Who] 옥경석, 한화 대전공장 가동 정상화 위해 악전고투

옥경석 한화 화약방산부문 대표이사 사장(오른쪽)이 2월27일 대전 서구 성심장례식장을 찾아 폭발사고로 숨진 노동자 유족에게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화는 방위산업 영업기밀을 들어 대전 공장의 매출 규모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대전 공장의 가동이 늦어질수록 실적 부담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대전 공장 폭발사고는 옥 사장의 해외사업 발걸음도 붙잡고 있다.

옥 사장은 2월 대전 공장 폭발사고로 애초 잡혀 있던 아랍에미리트 방산전시회 참석일정을 취소했는데 그 뒤에도 방산사업 관련 해외출장 일정을 여전히 잡지 못하고 있다.

현재 대전 공장 재가동과 재발 방지 등 사고 수습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해외사업 확대 측면에서 기회비용을 치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옥 사장은 삼성전자 부사장 출신으로 2016년 한화그룹에 영입된 뒤 2017년 말 인사에서 한화그룹의 모태인 한화 화약부문 대표로 중용됐고 2018년 말 화약과 방산부문을 통합한 화약방산부문 대표에 올랐다.

한화는 1분기 실적 발표자료를 통해 “자체 방산부문은 일시적으로 실적 부진을 겪다 하반기 이후 정상화될 전망”이라며 “2020년부터 실적을 늘려 2025년 매출 3조 원 시대를 열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