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 울산시장이 현대중공업 물적분할을 놓고 걱정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그동안 지역경제를 견인해온 지역기업인데 물적분할을 통해 대규모 부채만 남기고 핵심은 서울시로 빠져나갈 것을 우려한다.

새로 설립될 한국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을 모두 울산시에 남겨두게 하기 위해 여러가지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물적분할과 한국조선해양의 서울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의 태도가 강경해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오늘Who] 송철호, 현대중공업 본사 울산 잔류 어려워 근심

송철호 울산시장.


21일 울산시에서는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물적분할 이후 남는 신설 현대중공업은 기존 부채를 모두 떠안으면서 조선업 관련 생산만 담당하게 돼 ‘빈껍데기’가 될 수 있다”며 “본사 이전 자체도 앞으로 다른 기업들이 울산시에 투자할 요인을 줄이는 행위”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6월1일 물적분할을 추진할 것을 예고했다.

현대중공업은 법인을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신설 현대중공업)으로 나눈 뒤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지분과 투자부문을 합쳐 한국조선해양을 설립하고 그 밑에 신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 계열사들을 두기로 했다.

이런 구도가 단지 한 기업의 지배구조의 변화에만 그치지 않고 울산시 전체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면서 송철호 시장은 시름할 수밖에 없게 됐다.

한국조선해양 본사가 46년 동안 자리잡았던 울산시를 떠나 서울시에 설립되는데다 울산시에 남는 신설 현대중공업이 기존 현대중공업 부채의 95%, 7조 원가량을 떠안게 될 것으로 예정됐기 때문이다.

반면 자산은 한국조선해양과 신설 현대중공업이 50%씩 균등하게 나누게 돼 사실상 한국조선해양이 실속을 들고 간다는 말이 나온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물적분할 과정에서 상법 및 세법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사업 목적에 맞게 자산과 부채를 배정해야 한다”며 “따라서 조선, 특수선, 해양플랜트, 엔진기계 등의 사업과 직접 관련된 신설 현대중공업이 부채를 대부분 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신설 현대중공업이 7조 원가량의 부채를 받더라도 한국조선해양이 함께 변제할 책임이 있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현대중공업의 공장 시설과 인력도 그대로 울산시에 남기 때문에 지역경제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울산시민들과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함께 ‘울산지역 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물적분할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신설 현대중공업이 막대한 부채를 지게 돼 경영난을 겪을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울산시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신설 현대중공업은 대규모 부채에 따른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해 구조조정과 임금 동결을 시행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며 “법인세 등 세수가 줄어들어 지역 경기도 침체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균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정책기획실장은 20일 국회에서 열린 현대중공업 물적분할 관련 토론회에서 “한국조선해양의 결정에 따라 신설 현대중공업이 배를 만들고 팔아서 남는 이윤이 한국조선해양의 서울시 본사로 귀속될 수 있다”며 “신설 현대중공업의 수익 규모는 줄어 들 수밖에 없다”고 바라봤다.

이 때문에 송 시장은 현대중공업이 물적분할을 추진하더라도 한국해양조선의 본사를 울산시에 남길 수 있도록 해결책을 찾고 있다.

7일 한국조선해양 본사 존치를 촉구하는 기자간담회를 연 데 이어 20일 청와대를 방문해 같은 문제를 건의했다.

현대중공업 물적분할에 따른 노사갈등 중재, 한국조선해양 울산시 존속 지원단 구성, 조선업 전문인력 양성의 재정적 지원 등 울산시가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 ‘당근’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최고경영진이 물적분할과 한국조선해양 본사 서울시 설립 등에 확고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어 쉽지 않다.

한영석 가삼현 현대중공업 공동 대표이사 사장은 21일 담화문을 내고 “한국조선해양 본사 설립에 따라 서울시로 이전할 예정이었던 50여 명의 인력만큼은 그대로 울산시에서 근무하게 하겠다”면서도 한국조선해양 본사를 서울시에 내겠다는 계획은 그대로 강행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