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가 롯데카드 인수전에서 우리은행·MBK파트너스 컨소시엄에도 밀려 체면을 구기게 됐다.

롯데카드를 지렛대 삼아 ‘약점’으로 꼽히는 하나금융지주의 비은행부문을 단번에 키울 기회를 놓쳐 아쉬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지주, 롯데카드 인수 실패해 비은행 강화전략 '삐끗'

▲ 하나금융그룹 본사 전경. <연합뉴스>


21일 롯데지주가 우리은행·MBK파트너스 컨소시엄을 롯데카드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면서 하나금융그룹은 또 한번 롯데카드 인수전에서 쓴잔을 들었다. 

당초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사모펀드 한앤컴퍼니가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발목잡힐 가능성이 제기되자 하나금융지주가 기회를 다시 얻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롯데지주와 꾸준히 접촉하며 롯데카드 인수 협상을 이어온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에 또 밀려나고 말았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그동안 인수합병을 통한 비은행부문 강화에 의지를 보였다.

하나금융지주는 신한금융지주나 KB금융지주 등과 비교해 비은행부문의 수익 비중이 낮아 인수합병을 통해 단번에 비은행 역량을 키우는 일이 절실하다.

김 회장은 올해 초 범금융 신년인사회에서도 “좋은 매물이 있으면 인수합병도 고려할 것”이라며 비은행부문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2025년까지 비은행부문 수익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릴 계획도 세워뒀다.

1분기 말 기준 하나금융지주의 비은행부문 비중은 10%대로 신한금융지주(31%)나 KB금융지주(31%)와 비교해 크게 낮다.

더욱이 롯데카드는 2006년 LG카드(현 신한카드) 이후 13년 만에 나온 카드사 매물인 데다 롯데백화점이나 롯데마트 등 유통 계열사 위주로 고객기반이 탄탄해 카드업계에서 탐나는 매물로 꼽혀왔다.

하나금융그룹의 ‘약체’로 꼽히는 하나카드가 롯데카드와 합병하게 되면 단숨에 카드업계 자산 기준 3위에 오를 수 있었지만 아쉽게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다만 우리은행 측에서 이번 롯데카드 인수를 놓고 재무적투자자로서 ‘지분투자’에 그친다고 못을 박아둔 만큼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를 재매각할 때 하나금융지주가 다시 인수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우리은행은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 지분 60%를 재매각할 때 우선적으로 인수할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은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최종적으로 우리은행이 롯데카드를 인수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부인한 셈이다.

최근 금융지주들은 비은행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치열한 인수합병 경쟁을 펼치고 있다. 금융지주 순위마저 비은행부문의 약진 여부로 갈리는 사례가 많다.

은행이 더 이상 ‘이자장사’로 돈을 벌기 어려워진 데다 금융당국에서 서민계층에 금융 지원을 강화하라고 압박하고 있어 은행들이 실적을 늘리기가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롯데카드 인수와 관련해 우선협상대상자에서 제외됐다는 통보를 받은 것이 전부"라며 "인수합병 매물이 있다면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지주의 또다른 관계자는 "롯데카드를 무리하게 인수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내부 판단이었다"며 "앞으로 기회는 많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