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카드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를 변경하며 매각을 이른 시일에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롯데카드의 매각절차를 마쳐야 하는 시한은 촉박한데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지연될 가능성이 커지자 전격적으로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 롯데카드 조속매각 선택, '파킹딜 논란'도 부담됐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21일 롯데지주는 롯데카드의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를 MBK파트너스와 우리은행 컨소시엄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롯데지주의 우선협상대상자 변경은 다소 갑작스럽고 이례적 일로 여겨진다. 

롯데지주는 3일 한앤컴퍼니를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했다. 롯데지주는 13일로 한앤컴퍼니의 배타적 우선협상기간이 끝나기는 했지만 “한앤컴퍼니와 협상을 계속 할 것이며 다른 인수후보자와 협상할 계획은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롯데지주의 이런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는 매각일정이 촉박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롯데지주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지주사체제 전환 뒤 2년 안에 금융 계열사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 올해 10월까지가 공정거래법이 정한 기한이다.

10월까지 금융계열사 지분 정리를 마치지 못하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이 부과되는 것을 비롯해 경영진이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롯데지주는 한앤컴퍼니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배타적 우선협상기간을 이례적으로 짧게 잡으며 다급한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3일 우선협상자를 선정하면서 13일까지로 우선협상기간을 정했는데 영업일 기준으로 5일에 불과한 시간이다.

기업 인수와 관련해 배타적 우선협상기간은 한 달 정도 부여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롯데카드와 한앤컴퍼니의 협상은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가 3월에 KT 새노조로부터 탈세 혐의로 고발을 당한 일이 발목을 잡았다.

롯데지주는 한 대표가 고발을 당했다는 사실 자체는 크게 문제 삼지 않았었다. 한 대표가 고발을 당했다는 사실은 이미 다수의 언론을 통해 보도된 일이기도 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한 대표의 피고발 사실로 논란이 불거진 뒤에도 “한 대표의 검찰수사와는 무관하게 한앤컴퍼니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한 대표가 검찰조사를 받기 시작하면서 금융감독원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중단으로 전체 매각절차가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신용카드 사업은 인가사업이므로 금융감독원 심사와 금융위원회 의결 절차를 거치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려면 금융회사의 대주주가 되려는 법인의 대표가 최근 5년 동안 금융 관련 법령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금감원은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관련해 심사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다면 심사절차를 중단할 수 있다.

롯데카드로서는 한 대표의 탈세 혐의를 놓고 검찰수사가 시작되고 대주주 적격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금감원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중단할 위험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한 대표의 검찰수사로 롯데지주가 나중에 롯데카드를 되사오려 한다는 '파킹딜' 논란에 불이 붙었다는 점도 롯데지주에 부담이다.

파킹딜 논란이 계속되면 금감원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도 더욱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업계에서는 사모펀드 단독입찰이라는 점 자체만으로도 한앤컴퍼니가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지 않아 우선협상자로 선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시선도 있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다각도로 검토해 본 결과 10월 중순으로 예정된 지주회사 행위제한 만료기간 내 거래를 끝낼 수 있는 MBK파트너스와 우리은행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