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메모리가 SK하이닉스와 애플 등이 참여한 컨소시엄에 매각했던 지분을 대거 다시 사들일 계획을 세우고 있다.

21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애플과 델, 시게이트 등 도시바메모리의 지분을 보유한 업체들이 모두 5천억 엔(5조4천억 원)가량의 지분을 도시바메모리에 매각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도시바메모리, SK하이닉스 참여 컨소시엄에 판 지분 일부 되살 듯

▲ 도시바메모리의 낸드플래시 생산공장.


이 기업은 5월 말까지 지분을 모두 매각하는데 이를 통해 수천억 원에 이르는 차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바메모리는 일본 도시바가 원전사업 실패로 경영난을 겪으며 현금 확보가 다급해지자 반도체사업을 분사해 설립한 뒤 약 20조 원을 받고 베인캐피털 컨소시엄에 매각한 반도체기업이다.

베인캐피털 컨소시엄에는 애플과 델, SK하이닉스와 시게이트 등 여러 기업이 참여해 도시바메모리의 지분을 나눴다.

SK하이닉스는 인수 당시 기준으로 약 4조 원어치에 이르는 도시바메모리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도시바메모리가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 일본 증시에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어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기 위해 지분을 사들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시바메모리가 다시 지분을 사들이는 데 필요한 금액 일부는 일본 금융기관에서 지원한다.

SK하이닉스도 도시바메모리의 지분 매각을 추진할 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SK하이닉스는 도시바메모리와 낸드플래시사업에서 중장기적 시너지를 노려 지분 인수에 참여했지만 도시바메모리의 반도체기술에 접근할 수 없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다.

최근 증권가에서 SK하이닉스가 도시바메모리와 협력을 강화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낸드플래시시장이 소수 기업을 중심으로 재편되며 SK하이닉스가 도시바메모리와 전략적 협력관계를 강화하거나 낸드플래시사업을 분사해 다른 반도체기업과 합병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고 바라봤다.

도시바메모리는 세계 낸드플래시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