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 화웨이를 상대로 구체적 제재계획을 발표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수혜를 볼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화웨이 신제품 스마트폰 경쟁력이 약화하면 삼성전자는 유럽시장에서, LG전자는 중남미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화웨이 제재로 유럽에서 삼성전자, 중남미에서 LG전자 수혜

▲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대표이사 사장(왼쪽), 권봉석 LG전자 MC/HE사업본부장 사장.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21일 “화웨이 신제품 스마트폰에 구글의 대표 서비스가 장착되지 않기 때문에 제품 경쟁력이 급속하게 떨어질 것”이라며 “특히 화웨이의 주력 성장거점이던 유럽과 중남미시장에서 판매량이 위축될 가능성이 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수혜를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글이 화웨이를 상대로 실시할 예정인 안드로이드 서비스 차단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다.

화웨이는 우선 오픈 소스 형태의 안드로이드를 사용할 수 있으나 펌웨어 업그레이드나 보안 업데이트, 기술 지원 등을 받을 수 없다.

두 번째로 GMS(Google Mobile Service)를 지원 받지 못한다. 이에 따라 화웨이는 구글 지도와 유튜브, G메일, 크롬 등의 서비스를 스마트폰에 적용할 수 없다.

소프트웨어 지원 제한은 신제품에 한하고 이미 판매되고 있는 모델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GMS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현재 화웨이는 중국 내에서 GMS를 활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중국 판매에는 문제가 없지만 지도와 유튜브, G메일을 필수적으로 이용하는 유럽과 중남미 판매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을 공산이 크다. 

유럽과 중남미시장 수요는 2019년 화웨이의 스마트폰 전체 예상 판매량 2억4천만 대의 31%에 해당하는 7500만 대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 연구원은 “화웨이가 GMS 차단을 대응하지 못한 결과 유럽 판매량이 급감하면 삼성전자 제품으로 이동하는 소비자가 많을 것”이라며 “중남미시장은 전통 강호인 LG전자와 모토로라(레노버)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제재 명령의 시행시기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화웨이가 이에 대응할 시간적 여유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에게 가장 최상의 시나리오는 구글의 지원 중단이 현실화하기 전에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타결에 이르는 것이지만 그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하더라도 제재 시행시기가 9월을 넘기면 사실상 올해 신제품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됐다.

또 미중 무역분쟁이 IT(정보기술)업계 전반에 미치는 악영향과 화웨이 제재의 불확실성 등을 감안하면 주가 측면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에 호재라고 단정하기는 힘들 것으로 분석된다.

이 연구원은 “지금은 미국 기업들만 제재에 동참하고 있지만 앞으로 ARM, TSMC, 소니 등도 화웨이와 거래중단에 나설지 지켜봐야할 지점”이라며 “제재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