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물적분할과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의견수렴 부족”

▲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현대중공업 법인분할의 문제점과 대우조선 인수가 조선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여영국 정의당 의원, 김종훈 민중당 의원, 김호규 전국금속노동조합 위원장, 박석운 재벌특혜대우조선매각저지전국대책위원회 공동대표 등이 토론회에 참석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과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 ‘현대중공업 법인분할의 문제점과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조선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서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할 공동헙의체와 조선산업 발전협의체를 구성했다는 얘기가 아직도 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추 의원을 포함해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 여영국 정의당 의원, 김종훈 민중당 의원, 김호규 전국금속노동조합 위원장,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등이 토론회에 참석했다.

김종훈 의원은 “대우조선해양은 13조 원에 가까운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이라며 “국민 혈세로 어렵게 다시 세운 기업을 노사정 대화나 공론화도 없이 급하게 매각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용득 의원도 “현대중공업이 학계와 산업계, 정부가 참여하는 ‘한국조선산업 발전협의체’ 구성을 추진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지만 계획만 발표됐을 뿐 아직까지 제대로 된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가 배제된 법인 분할과 인수합병 과정을 놓고 정부를 탓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추 의원은 “조선업의 ‘빅2체제 재편’ 결정이나 기업결합 심사를 통한 조선업의 독과점구조 판단 등 처음부터 끝까지 정부 책임이 아닌 것이 없다”며 “이해관계자들을 배제한 인수절차와 법인 분할방식에 정부가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여영국 의원도 “더 이상 정부가 산업은행 뒤에서 뒷짐지고 있어서는 안된다”며 “정부, 기업, 노동자, 전문가, 지역사회, 정치권이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들어 바람직한 조선업 구조개편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계 참석자들은 현대중공업의 법인분할과 대우조선해양 인수 각각의 안건이 모두 구조조정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우려를 내놓았다.

김호규 위원장은 “법인분할이 이뤄지면 막대한 부채 속에 현대중공업은 껍데기만 남게 된다”며 “2014년 이후 조선업에서 10만 명이 넘는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는데 노동자들은 또다시 구조조정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명환 위원장도 “산업은행은 수조 원이 넘는 국가재정을 투입하고도 대우조선해양을 겨우 몇천억 원에 재벌그룹에 매각하려 한다”며 “그럼에도 한국 조선산업의 생태계 파괴, 노동자와 지역사회가 감당해야 할 엄청난 후폭풍과 관련해서 아무런 설명이나 대책도 없다”고 말했다. 

법인 분할에 따른 한국조선해양 본사의 서울 이전이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토론자로 참석한 김형균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정책기획실장은 “조선 경기가 좋을 때 현대중공업은 울산시에 수백억 원의 법인세를 납부했지만 본사 이전으로 당연히 세금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며 “서울 본사에서 일할 인력과 성남에 건설하고 있는 연구개발센터 인력 5천여 명 등 대규모 인력유출에 따른 지역경제 위축도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현대중공업이 내놓은 분할안과 관련해 자산은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이, 부채는 신설법인 현대중공업이 떠안는 구조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발제자로 참석한 송덕용 회계사는 “기존 현대중공업의 부채들은 사업을 위해 차입한 것도 있지만 자회사 주식 등 투자를 위해 차입한 부채 규모도 작지 않다”며 “자산과 부채를 균형 있게 분할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31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 앞서 현대중공업을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과 사업자회사 현대중공업으로 물적분할하는 안건을 승인받는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이에 반발하며 16일부터 4시간의 부분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22일부터는 파업 시간을 8시간으로 확대하고 서울에서 상경집회를 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