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을 향한 강경노선이 군사적 긴장으로까지 고조돼 고유가와 달러 강세를 불러일으키며 항공업종의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지속하면 매각을 진행하는 아시아나항공의 몸값도 떨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의 이란 강경노선 탓에 아시아나항공 몸값 더 낮아질 수도

▲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사장.


20일 항공업계와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중동정세의 불안이 유가와 원/달러 환율의 상승(달러 강세)으로 이어지며 항공사의 실적과 재무건전성에 모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심혜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이란의 갈등으로 중동지역은 일촉즉발의 상황”이라며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위험은 국제유가시장에서 단기적으로 가장 중요한 사안”이라고 바라봤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정세 불안과 안전자산 선호에 따른 유가 상승과 달러 강세는 항공업종 전반의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은 매각절차를 앞두고 있어 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기업의 시장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항공의 2018년 전체 비용 약 7조 원 가운데 연료 유류비는 2조 원을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 아시아나항공은 달러 표시 매출이 많아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원화 약세 국면에서 원화 환산 매출이 줄어들 수 있다.

외화 채무 비중과 부채비율도 높은 편이라 달러 강세로 채무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2018년말 기준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외화 부채는 2조6천억 원으로 자본총계 1조1천억 원을 크게 뛰어 넘는다.

대외 변수에 따른 시장가치 하락 우려가 높아지자 아시아나항공은 사업 위험을 낮추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유가와 환율의 변동에 대비해서 파생상품을 활용한 헤지전략을 시행하며 달러 외 대체통화를 사용하는 등 다각도로 사업위험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르면 7월 아시아나항공의 입찰공고를 낸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재계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인수자가 없어 난항도 예상된다.

SK그룹, 한화그룹, 롯데그룹 등 아시아나항공의 유력한 인수후보로 꼽히는 기업들이 모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뜻을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지속돼 고유가와 달러 강세가 이어져 아시아나항공 실적이 악화하면 입찰공고가 나오는 시점에서 몸값이 더 낮아질 수 있는 셈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미 1분기에 큰 폭의 실적 악화를 겪었다. 아시아나항공의 1분기 영업이익은 71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89%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 제한조치로 확대된 중동의 정세 불안은 미국이 항공모함 전단과 폭격기를 중동지역에 배치하며 고조되고 있다. 미국과 외교적으로 가까운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시설을 향한 드론 공격이 이란 소행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일 트위터에서 “이란이 미국과 싸우기 원한다면 그것은 이란의 공식적 종말이 될 것”이라며 이란을 향해 엄포를 놨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