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종금증권이 창사 이래 최대 규모로 후순위채권을 발행한다. 

지난해 큰 폭으로 떨어진 재무 건전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자본확충에 부쩍 속도를 내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이 대규모 후순위채권 발행 또 검토하는 까닭

▲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대표이사 부회장.


20일 메리츠종금증권에 따르면 35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권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후순위채권은 발행 초기에는 발행된 금액 전부가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지만 만기가 5년 미만일 때부터 자본으로 인정되는 금액이 해마다 20%씩 줄어드는 채권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7년물로 1200억 원을, 10년물로 2300억 원을 나눠 발행해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메리츠종금증권은 3월 2200억 원 규모 후순위채권을 발행한 데 이어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3500억 원 규모 후순위채권 발행을 검토하며 자본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는 "6월에 35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다"며 "시기와 규모가 변동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이 자본확충을 서두르는 가장 큰 이유는 지난해 크게 악화한 재무 건전성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분기 말 기준 메리츠종금증권의 순자본비율(NCR)은 659.4%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메리츠종금증권과 비슷한 규모의 순이익을 낸 미래에셋대우는 1781.6%, KB증권은 1165.6%, NH투자증권은 1290.6%, 삼성증권은 1170.2% 등으로 1000%를 훨씬 웃돌았던 점을 감안하면 한참 낮은 수준이다.

순자본비율은 유동성 자기자본(영업용 순자본)에서 총위험액을 뺀 금액을 필요유지 자기자본으로 나눈 비율이다. 금융투자회사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되며 순자본비율이 높을수록 재무 건정성이 우수하다는 것을 뜻한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재무 건전성이 지난해 크게 악화한 것은 우발채무가 크게 발생하는 부동산금융을 중심으로 투자를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 

우발채무는 장래 일정한 조건이 발생하면 부채로 확정되는 채무다. 우발채무의 비중이 높을수록 재무 건전성이 좋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메리츠종금증권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주선하면서 부동산 개발자를 위해 채무보증을 서고 수수료를 받는데 채무보증은 회계상 우발채무로 잡힌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우발채무는 2018년 1분기 4조7천억 원 규모에서 같은 해 4분기 6조6천억 원으로 대폭 늘었다. 1년도 지나지 않아 2조 원가량 늘어난 것이다.

2018년 말 기준으로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중도 184.3%를 보였다. 주요 증권사들의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중이 60%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3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부동산금융 전문 증권사'로 불릴 만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는 증권사다. 

그만큼 앞으로도 부동산금융을 중심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나가기 위해 선제적으로 자본을 확충해 재무 건전성을 관리하는 데 힘쓸 것으로 보인다.

이재우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메리츠종금증권은 부동산 관련 대출 등 거액 대출이 늘어나고 있어 신용위험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2018년 위험투자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자본 적정성 지표도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