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경쟁이야 기본적으로 깔려 있지만 이제는 그것보다 배송을 잘 해야 성장성 있다.”

전자상거래업체에서 일하는 한 관계자는 유통업계의 경쟁현황을 두고 이렇게 평가했다. 인터넷은 무조건 싼 게 최고라는 전략은 이제 옛말이라는 것이다.
 
유통회사 살아남기 경쟁, 가격보다 '빠른 배송'에 목숨을 걸다

▲ 이마트의 김포 자동화 물류센터 전경.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유통회사들이 배송 경쟁력 강화를 위한 '물류혁신'에 앞다퉈 힘을 쏟고 있다.

이베이코리아와 쿠팡, 티몬, 위메프 등 주요 전자상거래업체들의 마케팅비용을 보면 2013년만 해도 매출의 27% 수준을 썼지만 지난해에는 8% 정도로 떨어졌다.

마케팅비용으로 분류되는 광고선전비와 판매촉진비 비중이 줄었다는 것은 기업들이 최저가 등 단순 판촉보다는 배송 관련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는 뜻이다.

가격 경쟁은 단기적으로 판매를 늘리기에는 좋지만 길게 보면 다른 업체와 차별화가 되지 않아 밑빠진 독에 물 붓기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반면 배송 경쟁력을 높이면 ‘충성고객’ 확보가 가능해진다.

실제로 쿠팡과 마켓컬리 등 온라인 신흥 강자들은 모두 익일배송, 새벽배송 등 특화된 배송시스템을 통해 성장했다. 쿠팡은 익일배송인 ‘로켓배송’을 위해 전국 각지에 물류센터 60여 곳을 두고 있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 로켓배송은 다음 날 배송되는 비율이 99.7%로 높다”며 “내일 분명히 받아 볼 수 있다는 확신을 주기 때문에 쿠폰할인 등이 없어도 고객들이 쿠팡을 자주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 등 기존의 유통공룡들 역시 온라인사업을 강화하면서 물류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신세계그룹의 온라인통합법인 에스에스지닷컴(SSG.COM)은 3년 동안 1조 원을 투자하는데 대부분을 물류센터 신설에 쓴다.

신세계그룹은 용인 ‘네오001’과 김포 ‘네오002’ 등 온라인 물류센터 2곳을 운영하고 있고 하반기에는 김포(네오003)에 물류센터 한 곳을 더 연다. 그러나 수도권 물량을 모두 처리하기에는 부족해 물류센터를 추가로 지을 땅을 찾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8월 ‘롯데e커머스 사업본부’를 출범하고 모두 3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향후 온라인 새벽배송 범위를 확대하고 온라인 물류센터도 늘린다.

특히 롯데슈퍼는 3월 ‘오토프레시 의왕센터’를 가동했는데 상품을 바구니에 담고 포장, 검수하는 작업을 모두 로봇이 맡는다. 주문받고 포장까지 7분이면 되다 보니 그동안 진행했던 ‘3시간 내 배송’의 처리건수가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올해 연말까지 오토프레시 물류센터를 4곳까지 확대한다.

옥션과 G마켓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 역시 지난해 물류센터 투자비용 탓에 영업이익이 22%나 감소했다. 이베이코리아는 평일 오후 6시 이전에 주문하면 다음 날 물건을 바로 받을 수 있는 ‘스마일배송’을 강화하기 위해 하반기에 동탄물류센터를 연다.

티몬은 최근 투자업체 앵커에쿼티파트너스와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등으로부터 5천만 달러(566억 원가량)를 투자받았다. 투자금은 물류시스템을 강화해 독자적 경쟁력을 높이는데 쓰기로 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요즘은 웬만하면 가격이 거기서 거기다 보니 최저가만 추구해서는 고객을 끌어오기 어렵다”며 “빨리, 원하는 시간에 상품을 고객에게 배송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