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공룡 아마존은 1994년 등장했다. 온라인쇼핑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하던 때다.

수년 동안 조 단위의 적자를 쌓다가 8년이 지나서야 처음 이익을 냈는데 지금은 미국에서 시가총액 선두를 다툰다.
 
배송강자 쿠팡, '1조 적자'로 두려움과 자신감의 기로에 서다

▲ 김범석 쿠팡 대표이사.


'한국의 아마존'을 꿈꾸는 쿠팡 역시 지난해 1조 원이 넘는 손실을 냈는데 계획된 적자라며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배송 경쟁력과 온라인시장 자체의 성장성이 자신감의 원천이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의 무서운 성장세는 요즘 어딜 가도 뜨거운 얘기거리다.

빚에 기대 굴러가는 좀비기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가 하면 쿠팡이 온라인시장을 장악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시선도 있다.

올해도 쿠팡은 적자에 아랑곳없이 신선식품 등을 확대하는 데 공격적 투자를 계획해두고 있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쿠팡은 단기 영업손실을 고려하지 않고 막대한 투자를 진행 중”이라며 “지난해 말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로부터 2조2천억 원의 자금을 수혈받은 뒤 더욱 행보가 대담하다”고 분석했다.

쿠팡은 2018년에만 적자 1조970억 원을 봐 5년 동안 누적 적자가 3조 원에 이른다.

그러나 그만큼 성장률도 엄청나다. 지난해 매출 4조4227억 원을 거뒀는데 전자상거래업체로서는 역대 최대일 뿐더러 전년보다 65% 늘었다.

특히 그동안 취약했던 카테고리인 신선식품에도 손을 뻗으면서 성장세가 더 가팔라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떠나 유통회사들이 너나할 것 없이 쿠팡을 라이벌로 삼고 있다”며 “쿠팡이 공공의 적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고 말했다.   

쿠팡은 유료회원인 로켓와우클럽 가입자에 한해 새벽배송 서비스인 로켓프레시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 클럽 가입자가 론칭 4개월 만에 150만 명을 넘어섰다.

익일배송 서비스 로켓배송이 취급하는 SKU(상품 재고관리 단위)도 출범 당시인 2014년 5만8천 개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500만 개까지 늘었다.

문제는 쿠팡이 앞으로도 이런 성장을 지속할 길은 외형 성장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점이다. 국내 전자상거래시장은 가격검색이 보편화돼 있다 보니 최저가 경쟁이 심해 전자상거래사업만으로는 수익 창출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쿠팡은 직매입비용과 배송시스템에 들어가는 고정비 부담이 커 이익을 내려면 높은 수준의 점유율을 확보해야 한다. 지난해 쿠팡이 인건비로 쓴 돈만 9866억 원이다.

그러나 쿠팡은 여전히 자신만만하다. 당장의 손해보다는 4년 만에 매출이 14배로 뛴 폭발적 성장속도를 봐달라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런 전략이 이른바 '블리츠스케일링(Blitzscaling)', 기습확장이라 불리며 주목받는다. 사업 초기에 화력을 집중해 엄청난 속도로 덩치부터 키우는 것이다.

올해 초 나스닥에 상장한 차량호출기업 리프트(Lyft)가 그 예다. 리프트는 지난해 매출 22억 달러, 적자 9억1100만 달러를 냈다. 미국의 상장 스타트업 가운데 역대 가장 큰 손실이지만 매출 역시 상장 전을 기준으로 볼 때 페이스북과 구글을 제외하면 최대 규모다.

미국 IT매체 테크크런치는 ‘유니콘기업들은 이익을 내지 못하지만 월스트리트는 이를 신경쓰지 않는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월스트리트는 리프트의 외형이 언젠가 손실을 메꿀 만큼 커지기를 바라며 성장성에 베팅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문제는 쿠팡이 손익분기점에 다다를 때까지 버틸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아마존은 아마존웹서비스(AWS)라는 든든한 수익 창출원을 지니고 있지만 쿠팡은 그렇지 않다. 사실상 전자상거래시장의 문을 열었던 아마존과는 상황도 다르다.

쿠팡 관계자는 “국내 전자상거래시장은 100조 원 규모로 세계 5위 수준인 데다 5년 뒤에는 200조 원까지 클 수 있다”며 “지금 내는 적자는 투자 개념으로 봐야 하고 일각에서는 ‘출혈경쟁’을 지적하지만 나중에는 서로 뺏지 않아도 될 만큼 파이가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