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앤컴퍼니가 선정되자 이른바 파킹론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롯데그룹과 한앤컴퍼니가 모두 의혹을 일축하고 있지만 롯데그룹이 결국 롯데카드를 되찾아가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끊임없이 나온다.
 
롯데가 한앤컴퍼니에 롯데카드 맡겨놓았다는 말 왜 자꾸 나오나

▲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그룹과 한앤컴퍼니는 이르면 다음주 롯데카드 매각을 위한 본계약을 맺는다.

두 회사는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의 탈세 의혹이 무혐의로 끝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막판 계약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롯데그룹은 15일 한앤컴퍼니와 본계약을 맺으려 했으나 이를 보류했다. 검찰이 한상원 대표를 놓고 수사를 시작했기 때문으로 파악됐다.

한 대표가 검찰수사를 받는 건 KT 새노동조합이 3월에 한 대표를 비롯해 황창규 KT 회장, 김인회 KT 사장 등 5명을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점을 놓고 롯데그룹이 이 사실을 이미 알고 있고 매각 과정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 역시 인지했음에도 한앤컴퍼니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배경에 한앤컴퍼니가 사모펀드(PEF)이기 때문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결국 시장상황의 변화를 지켜본 뒤 여건이 되면 다시 사들이겠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롯데그룹이 롯데카드 매각을 추진할 때부터 이른바 파킹론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는 한앤컴퍼니가 하나금융지주는 물론 우리은행과 손을 잡았던 MBK파트너스를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더욱 힘을 받았다.

롯데그룹의 파킹론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우선 롯데그룹의 주력사업이 유통사업이라는 점 때문이다. 사업적으로 유통사업과 관련이 높은 카드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롯데카드의 매각조건은 한앤컴퍼니가 전체 지분의 80%를 인수하고 롯데그룹이 나머지 지분 20%를 보유하는 것이다. 롯데그룹은 롯데카드의 매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잔여지분을 보유할 것이며 인수자와 롯데그룹의 시너지를 고려하겠다고 꾸준하게 강조해 왔다.

롯데카드는 지난해 순이익 1539억 원을 거두는 등 해마다 순이익 1천억 원대를 내는 효자 계열사이기도 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개인적 경험과 경영철학이 반영된 결과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신 회장은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노무라증권에서 8년 동안 일한 경험이 있는 만큼 금융업에 애착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7년 롯데그룹 부회장에 오르면서 금융업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신 회장은 2003년 동양카드 인수를 주도해 현재의 롯데카드 출범을 주도했다. 당시 유통사업을 위해서는 카드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그룹이 그동안 기업을 산 적은 있어도 판 적은 없다는 사실 역시 파킹론이 나오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롯데그룹은 그동안 다양한 기업을 사들이며 인수합병을 통해 외형을 확장했지만 계열사를 매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롯데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그룹 내부에서는 신 회장이 금융업을 잘 알고 있고 중요하게 여겼다는 점, 롯데그룹이 그동안 계열사를 매각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점 등을 파킹론이 나오는 배경으로 보고 있다”며 “그러나 두 가지 모두 그리 설득력이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카드를 다시 되살 것이라는 일부의 의혹은 절대 사실이 아니다”라며 “지분을 되사는 등의 옵션사항이 전혀 없었고 현행법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한앤컴퍼니 역시 사실이 아니라고 반발하고 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위해 계약 관련 서류를 모두 금융당국에 제출하는 만큼 이면계약이 있다면 법적 처벌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다만 몇 년 뒤 한앤컴퍼니가 롯데카드를 다시 내놓으면 롯데그룹도 인수에 나설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 특히 그 사이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가 도입된다면 롯데그룹이 금융회사를 보유할 수 있게 된다.

현재 국회에 일반지주사에 중간금융지주회사를 허용하는 법안이 계류돼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