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선 중흥건설 회장은 왜 중앙지를 운영하는 헤럴드를 인수했을까?

정 회장이 지방에서 사세를 키운 중흥건설의 서울 주택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려는 것으로 보인다.
 
정창선, 헤럴드 인수로 중흥건설 '전국구 건설사' 발판 마련

정창선 중흥건설 회장.


17일 건설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중흥건설이 헤럴드경제와 코리아헤럴드를 발간하는 헤럴드의 지분 47.8%를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을 놓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흥건설을 비롯해 부영, 호반건설 등 그동안 건설사가 지역신문사와 지역방송을 인수한 사례는 많았지만 중앙언론사를 인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태영건설이 SBS의 대주주이지만 태영건설은 SBS의 출범 때부터 사업권을 보유하고 있었다.

중흥건설은 헤럴드를 인수한 이유로 사업 다각화를 내세우고 있다.

정창선 회장은 15일 헤럴드의 지분 인수를 공식화하며 “중흥그룹이 주력해 오던 건설사업 외 새로운 분야로 도전에 늘 열려 있었다”며 “헤럴드와 새로운 미디어환경 선도를 위해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서울 진출을 강화해 전국구 건설사로 도약하려는 포석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흥건설은 대표적 호남 건설사로 2018년 말 기준 9조5천억 원의 자산을 보유해 재계 37위에 오른 대기업집단이다.

중흥건설은 ‘중흥S-클래스’를 앞세워 사세를 크게 불리고 수도권에도 다수 진출했지만 높은 재계 순위와 달리 아직 '전국구 건설사'라는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전국구 건설사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서울 주요 지역에 중흥의 깃발을 꽂는 것이 중요한데 중흥건설은 지난해 처음으로 영등포 중흥S클래스를 분양한 것 외에 서울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서울은 10대 건설사 등 대형 건설사들도 사업을 따내기 위해 치열한 수주전을 벌이는 곳으로 주요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서는 시공능력만큼이나 기업 이미지가 중요한데 중앙지를 소유하고 있으면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중흥건설은 일감 몰아주기 의혹, 부실시공 논란 등으로 입길에 자주 오르내리는 건설사 가운데 하나로 이미지 개선을 주요 과제로 안고 있다.

중앙지는 서울시민을 주요 소비층으로 한다.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대규모 문화사업을 진행하는 등 정 회장이 헤럴드를 통해 중흥건설의 이미지 개선을 추진할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중앙지를 보유하면 정관계 유력 인사들과 관계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중흥건설은 현재 광주전남 언론사인 남도일보를 소유하고 있는데 2018년 10월 순천에서 열린 남도일보 전남 동부권 취재본부 출범 기념식에는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비롯해 전남 동부권 자치단체장 및 지방의회 의장, 주요 기관장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중앙지가 서울에서 창립기념 행사 등을 진행하면 지역신문사보다 더욱 많은 정관계 인사가 참석할 수 있다.
 
정창선, 헤럴드 인수로 중흥건설 '전국구 건설사' 발판 마련

정창선 중흥건설 회장(오른쪽)이 2018년 11월 광주 서구 광주라마다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전국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에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가운데), 이용섭 광주시장(왼쪽) 등과 함께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 회장이 중앙언론사를 품으려고 한 것은 헤럴드가 처음이 아니다.

정 회장은 지난해 서울신문과 ‘이코노미서울’이라는 이름으로 전국경제지 창간을 준비했지만 서울신문 내부의 반발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남도일보를 운영하며 얻은 경영 노하우를 활용해 헤럴드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남도일보를 경영하며 16면에서 20면으로 지면 확대, 기자 20% 추가 충원, 전남 동부권 취재본부 출범, 지역 문화사업 강화 등의 성과를 냈다.

정 회장은 1942년 태어나 1983년 중흥건설의 전신인 금남주택을 설립해 건설업 한 우물만 파다 2017년 5월 남도일보를 인수하며 언론계로 사업을 확장했다. 2018년 3월 광주상공회의소 회장에 올라 현재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 등도 맡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