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폴더블(접는) 디스플레이와 모바일기기 기술력에서 선두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지켜내기 쉽지 않은 상황에 몰리고 있다.

중국 레노버가 공개한 접는 노트북과 LG디스플레이의 폴더블 올레드 패널에 외국언론의 호평이 이어지면서 삼성전자가 더 적극적으로 경쟁에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삼성전자, 접는 스마트폰과 올레드 기술 우위 증명 쉽지 않다

▲ 중국 레노버가 공개한 접는 노트북의 접었을 때와 펼쳤을 때 모습.


15일 외국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레노버에서 선보인 접는 노트북의 잠재력에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전자전문매체 밸류워크는 "레노버는 삼성전자와 달리 접는 노트북을 처음 발표하면서 주요 언론들이 제품을 직접 시연해볼 수 있도록 했다"며 "초기 언론 평가가 모두 좋다"고 보도했다.

레노버는 13일 미국에서 기술 콘퍼런스를 열고 참석자들에 접는 노트북의 출시계획과 시제품을 동시에 공개했다. 일부 언론은 행사가 열리기도 전에 미리 제품을 써볼 수 있었다.

삼성전자가 첫 접는 스마트폰 '갤럭시폴드' 출시 계획을 밝힌 뒤 수개월 동안 시연 행사를 열지 않다 정식 출시일을 며칠 앞두고 일부 외국언론에만 시제품을 제공한 것과 차이가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폴드는 샘플용으로 제공한 제품에서 화면 보호막이 쉽게 벗겨지거나 디스플레이에 이물질이 들어가 파손되는 등의 결함이 발견돼 주요 언론에서 초반부터 혹평을 받았다.

결국 삼성전자는 갤럭시폴드의 출시일자를 사실상 무기한 연기한 뒤 제품을 보완하고 있다.

반면 레노버의 접는 노트북에는 주요 외국언론의 긍정적 평가가 이어지면서 갤럭시폴드와 완전히 다른 초반 분위기가 펼쳐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레노버의 접는 노트북은 삼성전자 갤럭시폴드와 같은 접는 스마트폰보다 더 전망이 밝다"며 "편의성과 완성도 측면에서 뛰어난 제품"이라고 보도했다.

레노버의 접는 노트북은 갤럭시폴드 출시 예상일보다 늦은 2020년 상반기로 출시가 예정돼 있다.

하지만 다수의 외국언론은 오히려 삼성전자의 갤럭시폴드 결함사태와 출시 지연을 예로 들며 레노버가 판매를 무리하게 서두르지 않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라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전자전문매체 더버지는 "삼성전자 갤럭시폴드는 접는 모바일기기시장에 불확실성을 더 키웠다"며 "하지만 레노버는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다"고 바라봤다.

레노버의 접는 노트북은 일반 노트북과 같은 13.3인치 화면을 갖추고 있어 접는 스마트폰보다 업무용 소프트웨어 구동과 미디어 콘텐츠 재생 등에 활용성이 훨씬 높다는 평가도 나온다.

레노버는 인텔의 PC용 CPU와 MS의 윈도 운영체제를 적용한 접는 노트북이 스마트폰처럼 휴대성을 갖추면서도 완전한 노트북처럼 사용할 수 있는 기기라고 강조하고 있다.

레노버는 2016년부터 비밀리에 개발해 오던 접는 노트북을 완전한 제품 형태로 '깜짝 공개'하며 갤럭시폴드 출시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에 더 큰 고민을 안겼다.

삼성전자는 갤럭시폴드를 처음 공개하며 접는 모바일기기시장을 주도하겠다는 강한 자신감을 보였는데 접는 디스플레이를 채용한 제품이라는 점에서 경쟁사인 레노버보다 좋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화웨이는 올해 중순 접는 스마트폰 '메이트X' 출시를 예고했고 레노버는 모토로라 브랜드의 접는 스마트폰을 이른 시일에 시장에 선보이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자칫하면 삼성전자의 접는 스마트폰 정식 출시시기마저 중국 경쟁사에 밀릴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가 접는 스마트폰에 핵심 기술로 앞세우던 폴더블 디스플레이 기술력도 시장에서 완전한 우위 확보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레노버의 접는 노트북에는 LG디스플레이의 폴더블 올레드패널이, 화웨이 메이트X에는 BOE의 패널이 쓰였는데 삼성전자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의 올레드 기술 경쟁력마저 위협받을 수도 있다.

경쟁사의 공세에 삼성전자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접는 모바일기기시장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가져가겠다는 목표를 이뤄내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접는 스마트폰과 올레드 기술 우위 증명 쉽지 않다

▲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대표이사 사장.


삼성전자가 갤럭시폴드 다음으로 준비하고 있는 후속제품 출시를 앞당기는 등 승부수를 띄워 접는 모바일기기시장을 확실하게 선점해야만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 등 외국언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르면 연내 출시를 목표로 갤럭시폴드와 다른 형태의 접는 스마트폰 2종을 개발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폴더블 올레드패널과 스마트폰 생산능력에서 경쟁사보다 우위를 갖춘 만큼 적극적으로 접는 스마트폰 라인업을 늘리고 판매 확대에 힘쓴다면 소비자 수요를 선점하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폴드를 처음 공개하며 올해 100만 대 이상을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정의석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부사장은 최근 삼성전자 뉴스룸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접을 수 있는 모바일기기 출시는 이제 현실의 영역"이라며 "삼성전자는 소비자들에 다양한 선택지를 통해 의미있는 경험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