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자체 브랜드인 '노브랜드'사업에서 골목상권과 공존할 길을 찾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최근 첫 가맹점을 내고 점포 확장을 본격화했지만 지역상인들과의 갈등을 풀어내지 못하면서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기 쉽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의 노브랜드 가맹사업, 골목상권 반발에 또 '삐그덕'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9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가 제주시에 노브랜드 출점을 추진하면서 지역상인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마트는 18일 개점을 목표로 제주시 아라동에 400여㎡ 규모의 ‘노브랜드 아라점’ 진출을 계획해뒀으나 제주도슈퍼마켓협동조합의 반대에 부딪혔다.

이들은 노브랜드 점포가 ‘변종 기업형 슈퍼마켓’으로 지역상인들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주도슈퍼마켓협동조합은 800개 업체를 회원사로 뒀으며 현재 노브랜드 개점을 막기 위해 중소기업중앙회에 사업조정을 신청한 상태다.

사업조정은 대기업의 사업진출로 지역 중소기업 경영에 악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수 있을 때 일정기간 사업을 미루거나 축소하도록 권고하는 제도다.

이마트는 아라점을 시작으로 제주도에 추가 출점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높은데 출발부터 삐걱대고 있는 만큼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여겨진다.

뿐만 아니라 현재 동구 남광주시장에서도 노브랜드 입점을 놓고 상인들이 찬성 측과 반대 측으로 나뉘어 대립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노브랜드를 트레이더스, 이마트24 등과 함께 이마트 새 성장동력의 핵심축으로 삼고 공을 들여왔다. 각종 규제로 대형마트 출점이 어려워진 데다 온라인 쇼핑몰들이 기존 사업의 성장세를 위협 중인 만큼 특화사업으로 활로를 찾기 위해서다.

이마트는 그동안 노브랜드를 직영체제로만 운영하다 최근 가맹점 체제로 전환해 점포 확대에도 속도를 냈다.

4월 말 경기 군포의 산본역 인근에 첫 가맹점을 연 데 이어 제주와 울산, 전주 등 전국 각지에 추가 출점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골목상권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데다 한지붕 아래 있는 이마트24 점주들로부터도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이렇다보니 정 부회장은 전통시장을 지원하기 위한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등으로 노브랜드가 지역상권에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득하는 데 힘을 쏟는 모습도 보인다. 이마트는 최근 충청북도 제천 중앙시장에 8번째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를 열기도 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는 전통시장과 대형마트가 경쟁관계가 아니라 공존관계라는 점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며 “전통시장의 경쟁력 강화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역상인들은 노브랜드가 도움이 되는 사례는 일부일뿐이고 현실적으로 보면 판매품목이 겹쳐 매출 타격을 피할 수 없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노브랜드의 가맹사업을 두고 ‘꼼수 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최근 논평을 통해 “이마트는 최근 노브랜드 직영점 근접출접에 따라 기존 유통 점주들과의 갈등, 골목상권 침해 등으로 논란을 빚자 가맹사업이라는 편법을 통해 법망을 피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은 임차료, 공사비 및 설치비 등 총비용의 51% 이상을 대기업에서 부담하는 체인점 슈퍼마켓 등에 관해 사업조정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하는데 노브랜드가 이를 회피하기 위해 비용 부담을 51% 이하로 낮추는 가맹사업 형태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추 의원은 51% 이상이라는 수치상 기준을 폐지해 노브랜드 등의 골목상권 진출을 제재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과거 국정감사에서 기업형 슈퍼마켓의 추가 출점을 중단하겠다고 하고 지난해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에게 협력업체와 소외계층까지 배려하는 사업모델 구축에 힘쓰겠다고 말하는 등 스스로 상생을 강조해왔다"며 "지역상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닫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