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민주노총 이진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반드시 제정해야”

▲ 이진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노동안전보건부장.

“제2의 김용균 사태를 막으려면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산업재해와 관련해 기업의 법적책임을 강화하는 법안)이 제정돼야 한다.”

이진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부장은 6일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줄어들지 않는 원인으로 기업을 향한 솜망방이 처벌을 들었다.

이 부장은 “산업재해와 관련해 기업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을 제정하는 문제는 기업 관련 사망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논의됐다”며 “그러나 이슈가 될 때만 논의를 진행하다가 지나간 사례가 많아 지속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산업재해와 관련해 기업의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은 7개가 발의돼 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 심상정 정의당 의원, 김종훈 민중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법안 등이다. 

하지만 현재 국회가 공전하고 있어 언제 논의가 시작될지 알 수 없다.

이 부장은 “20대 국회 뿐만 아니라 19대 국회에서도 비슷한 법안이 발의됐지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사장된 사례가 많다”며 “또다시 억울한 죽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민주노총은 적극적으로 법안 제정을 위한 활동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을 제정하려는 취지는 무엇인가?

“사업장이나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시설에서 사람이 다치거나 사망하면 그에 실질적 책임이 있는 법인(기업)이나 사업주, 공무원 등을 처벌하는 조항을 만들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향후 철저한 재발 방지조치를 하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산업재해로 사망사고가 1년에 900여 건 발생하고 있고 산업재해 사망률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1위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기업이 최소한 법에 규정된 사항만이라도 지키라는 취지에서 법을 제정하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의 산업재해 통계자료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7년까지 154만 명 이상이 산업재해 사고를 당했고 같은 기간 산업재해에 따른 사망자는 4만 명이 넘는다. 이는 일본과 독일의 4배, 영국의 14배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 사업주나 법인의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업주나 법인의 경영책임자가 경영을 하는 과정에서 사람이 죽거나 다칠 수도 있는 상황을 관리하는 권한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노동자나 일반시민이 다치지 않도록 위험을 방지할 의무가 있다. 생명보다 돈을 우선시해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사람에게 그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 기업을 처벌하는 규정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그 근거는 어떤 것인가?

“일반 형법에는 기업을 처벌할 수 있는 양벌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다. 양벌규정은 쉽게 말하면 위법행위를 한 개인뿐 아니라 법인도 함께 처벌하는 규정이다. 현재 일반 형법에는 사람이 죽거나 다치더라도 양벌규정이 없어 기업을 처벌하지 못한다.

반면 산업안전보건법과 같은 특수한 분야의 형사절차에는 양벌규정이 마련돼 있어 법을 위반한 기업에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벌금액이 아주 미미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과거 여수 산업단지 사고에서도 기업에 부과된 벌금은 고작 3500만 원이었다.

이렇게 가벼운 처벌이 계속되는 현실에서는 기업으로부터 사고예방을 위한 실효성 있는 조치를 이끌어내기 무척 어렵다. 기업을 움직이는 경영진과 주주가 아무런 손실을 입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도 강력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어야 사고 예방을 위한 실질적 조치를 마련할 것이다.“

- 공무원도 처벌범위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어떤 사안을 염두에 둔 것인지?

“공무원이 주어진 책임을 소홀히 해 대형사고가 발생한 사례가 있다. 과거 삼풍 백화점 붕괴사고나 세월호 침몰사고가 그런 사례다. 주요 공무원들에게는 기본적으로 산업현장이나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시설과 관련해 위험 발생을 막고 감독할 책임이 있다.”

- 앞으로 중대재해 기업처벌법과 관련해 민주노총은 어떤 활동계획을 세워넣고 있는지?

“민주노총은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연대'와 함께 활동할 것이다.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연대에는 416연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가족 모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회, 반올림, 참여연대 등 22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앞으로도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 유가족들과 연대하면서 법률 제정을 위해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유가족과 함께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간담회를 열고 법률 제정이 필요함을 알리겠다. 우리 곁의 또다른 누군가의 희생을 바라만 볼 수는 없지 않은가.“ 

이진우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부장은 1981년 태어나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다. 가톨릭보건대학원에서 산업 및 환경보건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2016년부터 민주노총에서 활동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