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에 133조 원 규모의 공격적 투자계획을 내놓았지만 최대 경쟁사인 대만 TSMC를 따라잡기에는 아직 역부족으로 보인다.

반도체 공정 기술력에서 삼성전자가 확실한 경쟁우위를 갖추거나 대형 고객사 확보에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대규모 투자의 성공 여부를 낙관하기 어렵다.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대규모 투자에도 대만 따라잡기 쉽지않아

▲ 정은승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


5일 반도체전문지 어낸드테크에 따르면 TSMC는 5나노 미세공정 기술을 활용한 주요 고객사의 시스템반도체 설계 기술 개발을 마무리하고 시험생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최근 5나노 반도체 미세공정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뒤 약 3주만에 TSMC는 삼성전자보다 이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더 가까워졌다며 기술력을 과시한 것이다.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에 활용되는 5나노 공정은 현재 삼성전자와 TSMC의 주력 공정인 7나노 공정보다 반도체 성능을 10~15%, 전력효율을 20% 끌어올릴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이다.

TSMC와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시장에서 각각 선두주자와 추격자로 치열한 점유율 경쟁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5나노 공정 기술 개발에서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반도체 위탁생산시장에서 TSMC는 56.1%, 삼성전자는 7.4%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아직 삼성전자가 따라잡아야 할 길이 먼 셈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최근 2030년까지 점유율 1위 기업에 오르겠다는 목표와 시스템반도체 연구개발과 생산에 133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강력한 추격 의지를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도 4월30일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사업장에서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을 열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삼성전자의 반도체 위탁생산 세계 1위 목표에 박수를 보내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말했다.

반도체 위탁생산은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사업에서 가장 성장성이 큰 사업분야로 평가받는 만큼 삼성전자의 대규모 투자 결정이 TSMC의 시장 점유율을 추격하는 데 힘을 실을 수 있다.

그러나 TSMC가 반도체 위탁생산사업에 들이고 있는 투자 금액이 삼성전자를 뛰어넘는 수준이라 삼성전자가 추격에 속도를 내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어낸드테크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연구개발과 시설의 투자에 계획한 금액은 연간 약 95억 달러인데 TSMC는 이미 위탁생산사업에 연간 100억~120억 달러를 쓰고 있다.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투자가 이미지센서, 모바일 프로세서 등 다른 분야에도 분산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반도체 위탁생산에 들이는 투자금액은 TSMC를 훨씬 밑도는 수준이다.

결국 삼성전자가 실제로 TSMC의 점유율을 따라잡고 1위에 오르려면 위탁생산 기술력에서 강한 우위를 갖추거나 대형 고객사를 빼앗아오는 등 확실한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5나노 반도체 위탁생산 기술에서 TSMC를 앞서는 일이 삼성전자에 최우선과제로 꼽힌다.

TSMC는 애플과 AMD 등 주요 고객사의 반도체를 내년부터 5나노 공정으로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내놓고 순조롭게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대규모 투자에도 대만 따라잡기 쉽지않아

▲ 삼성전자의 반도체 위탁생산공장.


반면 삼성전자는 5나노 공정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을 뿐 실제 양산 목표는 내놓지 않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공정 기술을 개발한 뒤 대량 생산까지 1년 정도가 걸리지만 고객사와 협의를 결정해야 하는 만큼 아직 양산시기를 확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전자가 반도체 위탁생산사업에서 고객사 기반이 넓지 않아 5나노 공정으로 충분한 반도체 생산물량을 수주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도 약점이다.

때문에 삼성전자가 TSMC를 넘고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이뤄내려면 지금 내놓은 계획보다 투자를 더 공격적으로 확대해 기술 발전 속도를 앞당겨야만 한다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시스템반도체사업 성공을 위해 사람과 기술에 더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굳은 의지와 열정, 끈기를 갖고 1등을 꼭 해내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