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에어가 저비용항공사들의 ‘운수권 잔치’에 참석하지 못하면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진에어가 2일 저녁 늦게 진행된 중국 노선 운수권 배분에 국토교통부의 제재로 참여하지 못하면서 경쟁력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저비용항공사 '운수권 잔치'에 진에어는 구경만 해 '시름'

▲ 최정호 진에어 대표이사 


이번에 진행된 중국 노선 운수권 배분에서는 무려 40여 개 노선에서 경합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모든 항공사들에게 이번 운수권 배분이 중요한 일이었다는 뜻이다.

특히 최근 저비용항공사들의 단거리 노선 경쟁 심화국면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진에어가 수익률 높은 단거리 노선인 중국 노선 운수권을 하나도 확보하지 못한 것은 진에어의 장기적 경쟁력을 악화할 수 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항공 수요는 2월에 일시적 호조세를 기록한 뒤 수요 성장률이 둔화되고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저비용항공사들의 중장기 실적 차별화를 위해서는 노선 차별화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은 이번 중국 운수권 배분에 집중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진에어는 3월 초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진에어 사내이사 사임 이후 계속해서 국토교통부의 제재 해소를 기다려왔다. 시장에서는 3월말 열린 진에어 정기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국토교통부의 제재가 풀릴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중국 운수권 배분이 진행된 5월 초까지도 제재 해소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 진에어 직원은 제재 해소와 관련해 “국토교통부에서 원하는 경영 개선안이 뭔지 속 시원하게 이야기라도 해줬으면 좋겠다”며 “완전한 경영문화 개선이 이뤄지기 전에는 제재를 해제할 수 없다는 답변만 반복하니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진에어 노동조합은 4월16일 국토교통부에 공개서한을 보내 "중국 신규 운수권 배분에 처음부터 진에어를 배제한 것은 심각한 불공정행위"라며 "즉각 진에어 제재를 철회하고 중국 신규 운수권 배분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증권가에 따르면 이번 중국 운수권 배분은 진에어를 제외한 모든 저비용항공사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류제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중국 노선 공급석에서 저비용항공사 비중은 10.5%에서 28.1%로 확대됐으며 절대 수치 기준으로는 250% 가까이 증가했다”며 “이번 운수권 배분으로 저비용항공사의 매출 잠재력은 3천억 원 가까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성장 잠재력이 매우 높은 중국시장 접근성 향상이라는 측면에서 추가 운수권 확보는 모든 항공사에 호재”라며 “특히 베이징 등 고수익 노선 운수권을 확보한 저비용항공사들은 편당 매출 증가도 기대할 수 있다”고 파악했다.

국토교통부는 2일 저녁 중국 항공 운수권 분배결과를 발표했다.

‘비행기를 띄우기만 해도 흑자’라며 관심이 집중됐던 인천~베이징 노선은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이 각각 주 4회, 주 3회씩 추가로 배분받았고 인천~상하이 노선은 이스타항공이 새로 배분된 운수권 주 7회를 모두 차지했다. 

지금까지 지방공항에서 출발하는 노선만 운항하던 에어부산은 인천에서 닝보와 청두, 선전으로 향하는 운수권을 확보해 인천 기점 노선을 개설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

에어서울은 여객수요가 높지만 현재까지 직항 노선이 없던 인천~장자제(장가계) 노선 운수권을 대한항공과 함께 나눠 분배받았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