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체제가 공식적으로 출범한 지 한 달여 동안 LG그룹이 가장 힘을 쏟아온 것은 사업 전반의 ‘선택과 집중’이다.

‘이 사업을 왜 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부터 던져보자는 구 회장의 실용주의 노선에 따라 모든 그룹 계열사들이 효율성 강화와 미래 성장성 확보에 방점을 찍고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구광모체제 LG 계열사는 '이 사업을 왜 하는가' 질문과 씨름 중

구광모 LG 대표이사 회장.


30일 LG그룹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LG그룹 지주회사 LG는 최근 각 계열사에 미래 성장성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청했다.

구 회장은 지금까지 그룹 전반의 현황을 파악하고 큰 방향성을 정하는 데 주력해왔지만 3월 말 계열사 정기 주주총회 마무리로 구광모체제가 완전히 자리를 잡은 만큼 이제 그룹의 줄기가 될 주력 사업들을 추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구 회장은 계열사 최고 경영진들을 놀라게 할 정도의 식견을 보여줬다고 한다. 한 계열사 사장은 "사업을 이해하는 폭과 깊이가 깜짝 놀랄 정도"라고 평가했다.

구 회장은 주요 사업을 놓고 의사결정하기에 앞서 경영진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은 취임 뒤 처음 주재한 사업보고회에서 경영진에게 “업의 본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었다고 한다. 구 회장은 이 질문을 통해 사업을 시작하게 된 목적부터 되짚어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최근 들어 IT(정보기술), 제조업을 중심으로 세계 산업이 다시 한 번 격변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어 LG그룹도 ‘지금까지 했으니 앞으로도 한다’는 마인드에서 벗어나 모든 사업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LG전자와 LG화학,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LG그룹 주력 계열사들이 오랜 시간 수익이 나지 않거나 미래 성장전략과 관련이 없다고 판단되는 사업 들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있는 것도 이런 경영기조가 반영된 움직임으로 읽힌다.

선택과 집중 전략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계열사는 LG전자다. 

조성진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부터 “지금은 근본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사업 효율화로 확보된 자원을 육성사업에 투자해 성장기반을 마련하자”고 당부해왔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적자사업인 스마트폰사업부의 효율화를 위해 생산거점의 이전을 결정했다. 연료전지회사 LG퓨얼셀시스템즈는 청산 절차가 진행 중이다. 

반면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인공지능과 로봇, 전장 사업에는 과감한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 전장사업 관련 연구개발(B&D)에만 9천억 원가량의 자금을 투입한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 네이버랩스, 로보티즈 등 여러 기업과 손잡고 인공지능 자율주행, 로봇 관련 기술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LG화학은 3월 말 LCD 소재사업을 정리하고 올레드(OLED) 소재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소재(EP)를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전략을 짰다.

2017년부터 LCD 산업의 성장세가 꾸준히 둔화하고 있는 데다 구 회장이 LG그룹 미래 성장동력 가운데 하나로 점찍은 올레드 패널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은 1일 재료사업부문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사업을 합쳐 첨단소재사업본부를 출범했다. 올레드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소재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독일 바스프 EP사업부 인수전에도 참여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은 사업 효율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올레드 조명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했고 LG이노텍은 기판소재사업부의 고밀도다층기판(HDI)사업에서 철수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5개 계열사는 미국 LG테크놀로지벤저스를 통해 인공지능(AI)과 로봇, 가상현실(VR), 바이오 분야 등 스타트업에 지금까지 1900만 달러 규모의 자금을 투자했다. LG그룹 관계자는 앞으로도 투자금이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앞으로도 LG그룹 전반의 효율화 작업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구 회장은 최근에도 그룹 컨트롤타워 LG를 중심으로 꾸준히 사업 포트폴리오를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업계는 올해 상반기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더욱 구체적 방안이 나올 것으로 바라본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