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의 교보생명 인수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생명보험사를 인수하려는 KB금융지주의 수요와 재무적투자자(FI)와 갈등을 벌이고 있는 교보생명의 상황이 맞아떨어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KB금융지주의 교보생명 인수설은 왜 자꾸 불거지나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다만 인수설을 놓고 KB금융지주와 교보생명의 반응에는 온도차가 느껴진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가 교보생명을 인수할 수 있다는 관측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최근 진행된 KB금융지주의 1분기 실적 발표회에서도 시장의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직접 “교보생명 내부의 상황 정리가 먼저”라고 말한 뒤였지만 실적 발표에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역시 교보생명 인수와 관련한 질문이 등장했다.

당시 김기환 KB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시장에서 (인수 가능성에) 많은 관심을 지니고 지켜보고 있는 걸 알고 있다”면서도 “아직 시장에 매물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윤종규 회장 역시 기자들의 질문에 여러 차례 지금 말할 단계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KB금융지주의 교보생명 인수설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교보생명이 윤 회장이 항상 최우선적으로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던 생명보험사인 데다 업계 순위도 3위에 이르기 때문으로 보인다. KB금융지주가 교보생명을 인수하면 단번에 업계 상위권으로 오를 수 있고 그룹의 취약점도 보완된다.

윤 회장은 그동안 기자간담회와 주주총회 등에서 생명보험사 인수의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했다. KB금융그룹은 신한금융그룹과 1위를 다투고 있지만 KB생명보험의 순위는 15~20위 사이로 하위권에 그치기 때문이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현재 재무적투자자들과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를 앞두고 있다. 

교보생명의 재무적투자자들은 2018년 풋옵션을 행사하면서 주당 40만9천 원을 요구했는데 신 회장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는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다. 이 때문에 재무적투자자들이 중재신청을 하기 전부터 신 회장이 재무적투자자가 보유한 지분과 자신의 지분 일부를 합쳐 ‘50%+알파(α)’의 지분을 대형 금융지주에 넘기는 방안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신 회장이 경영권을 포기해야 하는 탓에 사실상 가능성이 높지 않다. KB금융지주도 신 회장의 경영권을 보장해주면서 단순히 ‘백기사’로 들어갈 이유가 없다.

다만 두 회사의 인수설을 대하는 태도는 조금 다르다. KB금융지주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부인하지는 않고 있다.

반면 교보생명은 불쾌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며 사실무근이라며 반박했다.

교보생명은 26일 참고자료를 통해 “최근 일부 금융지주사가 교보생명을 인수희망 생명보험사로 거론하는 것과 관련해 이미 수차례 밝힌 바 있듯이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중재 때문에 교보생명을 두고 인수대상이 된다고 추측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

이를 놓고 재무적투자자들이 원하는 방향이 대형 금융지주의 교보생명 인수인 만큼 인수설이 계속 불거지면 교보생명이 중재에서 불리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KB금융지주로선 교보생명의 불편한 기색이 다소 억울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지주가 먼저 교보생명 인수를 놓고 언급한 적은 단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교보생명이 매물로 나오면 가격이나 시너지 등을 놓고 검토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매물로 나오지 않은 상황인 만큼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윤 회장 역시 생명보험사를 인수할 필요성을 밝히면서도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3월 말 열린 KB금융지주 정기 주주총회에서 “생명보험사를 인수할 기회는 앞으로도 많다”며 “새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되면 자본이 부족하거나 자본 확충이 필요한 생명보험사들이 나올 것이고 최근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대기업 가운데 금융회사를 일부 정리해야 하는 것도 있기 때문에 여러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