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전자계열사의 컨트롤타워인 삼성전자 사업지원 TF(태스크포스)가 사실상 과거 미래전략실과 같은 그룹 차원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삼성 미래전략실을 해체하며 이름만 바꾼 비슷한 조직을 만들지 않겠다는 약속을 내놓았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곤혹스런 처지에 놓이게 됐다.
 
[오늘Who] 이재용,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둘러싼 의혹에 부담 커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29일 검찰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 분식회계 혐의와 관련된 수사에 속도가 붙고 있다.

검찰은 28일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소속의 임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삼성전자 사업지원TF가 삼성바이오로직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직원들에게 분식회계와 관련된 증거를 삭제하도록 지시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상대로 한 검찰수사가 삼성그룹 차원의 개입 정황과 삼성전자 사업지원TF의 실질적 역할에 관련한 내용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 사업지원TF는 2017년 연말 조직개편에서 신설된 삼성 전자계열사 총괄조직이다.

당시 삼성전자는 사업지원TF가 전자계열사 사이 시너지를 추진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그룹 차원의 컨트롤타워였던 삼성 미래전략실이 갑작스럽게 해체되면서 사업적으로 관련이 깊은 계열사들의 협업과 사업전략 수립, 인사와 투자 등을 주도할 주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당시 정현호 삼성전자 사장을 포함한 미래전략실 출신 임원이 사업지원TF로 다수 이동한 점을 두고 사실상 미래전략실의 역할을 그대로 물려받은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업지원TF는 전자계열사 관련한 일만 담당한다"고 말하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검찰이 이번에 파악한 사업지원TF의 개입 의혹은 전자 이외 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이재용 부회장에 관련된 일인 만큼 논란이 더욱 확산될 수도 있다. 

사업지원TF가 과거 미래전략실의 가장 큰 '병폐'로 꼽히던 삼성 오너일가를 비호하는 역할마저 그대로 물려받아 담당하고 있다는 의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 미래전략실은 이전부터 이건희 회장 등 오너일가의 지배력 유지를 위한 수단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비자금 조성과 차명계좌 개설, 계열사 노조 와해 등을 주도하고 실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부회장이 미래전략실을 완전히 해체하기로 결정한 점도 이런 논란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2016년 말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국민의 인식을 고려해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겠다"며 "이름만 바꾸는 데 불과한 조직은 만들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을 내놓은 뒤 미래전략실을 없앴다.

하지만 검찰이 파악한 대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태에 삼성전자 사업지원TF가 실제로 연관되어 있다면 이 부회장이 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삼성전자 사업지원TF가 삼성 미래전략실보다 오히려 더 깊숙이 감춰진 비공식 조직으로 삼성 계열사의 경영 등에 전반적으로 개입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아직 박근혜 게이트 사태와 관련한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이런 의혹이 확산되는 데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오늘Who] 이재용,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둘러싼 의혹에 부담 커져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사장.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도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어 삼성과 이 부회장을 향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삼성과 같은 거대 기업집단에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조직은 필수적으로 꼽힌다.

삼성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정부 측에서도 삼성에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지만 이 부회장의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내부적으로 논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사업지원TF가 미래전략실과 같이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비공식 조직으로 자리잡았다는 의혹이 커진다면 그룹 차원 컨트롤타워 수립과 관련한 당위성도 훼손될 수밖에 없다.

검찰은 삼성바이오에피스 임원들을 구속해 삼성전자 사업지원TF의 개입 등 관련된 내용을 수사하는 데 더욱 힘을 실을 계획을 세우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