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왜 아버지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별세 뒤 서둘러 회장에 올랐을까?

최근 재계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인데 조원태 회장에게 ‘한진그룹 회장’이라는 직함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란 시선이 있다.
 
[오늘Who] 조원태는 왜 한진그룹 회장 승계를 서둘렀을까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2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조 회장이 서둘러 회장 자리에 오른 데에는 눈앞으로 다가온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일인(총수) 지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별세한 뒤 조양호 전 회장의 뒤를 이어 한진그룹의 총수로 지정될 것으로 유력하게 꼽혀왔다.

하지만 조원태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이 조현민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지분과 대동소이하다는 점에서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한진칼 지분 향방이 한진그룹 총수를 결정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그룹 총수 지정에는 지분율보다 더 중요한 ‘사실상의 영향력’이라는 요건이 있다”며 “사실상의 영향력은 그룹의 운영, 지배 구조와 관련된 계획을 통해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원태 회장으로서는 한진그룹에 행사하는 영향력을 보여줄 수 있는 상징적 요소로 ‘한진그룹 회장’이라는 직함이 매우 필요했던 셈이다.  

특히 조원태 회장은 회장 자리에 오르기 전까지 석태수 대한항공 부회장보다 직급이 한 단계 낮은 대한항공 사장이었다. 그룹을 총괄한다는 것을 대내외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회장 자리에 앉아야 할 필요성이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통상 매년 5월1일 대기업집단 동일인을 지정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조양호 회장의 별세 등으로 올해 대기업집단 동일인 지정이 5월1일보다 뒤로 미뤄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KCGI가 조양호 전 회장의 사망 뒤에도 공격적으로 한진칼 지분율을 높여가고 있다는 점 역시 회장 취임을 서두르게 만든 요인으로 보인다. 

KCGI는 한진칼 지분율을 14.98%까지 높였다고 24일 공시했다. 별세한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17.84%)와 지분율 격차가 2.86%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조원태 회장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한진칼 보유 지분은 2.34%다. 조양호 전 회장의 지분을 온전히 상속하지 못하면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의 1대 주주 자리를 KCGI에 빼앗길 수도 있다.

조원태 회장으로서는 조양호 전 회장의 지분을 온전히 물려받는 것에서 더 나아가 추가적 우호지분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조원태 회장이 회장 자리에 오르는 것은 조양호 전 회장 사후의 혼란이 조기에 수습되고 한진그룹의 경영 안정이 빠른 시간 안에 이뤄질 수 있다는 신호를 주주들에게 줄 수 있다. 

조원태 회장의 회장 취임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진에어 전무가 상속을 두고 분쟁을 일으킬 가능성과 관련된 우려를 차단하는 효과도 노린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은 단호하게 남매들 사이의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세 남매의 한진칼 지분율이 비슷하다는 것을 두고 분쟁 가능성을 여전히 제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원태 회장이 회장 자리에 오르면서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의중이 조 회장에게 모아졌다는 것을 외부에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게 됐다.

조원태 회장의 경영능력이 아직 입증되지 않은 만큼 회장 승계를 너무 서두른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조양호 회장의 영결식이 열린 것이 16일이고 조원태 회장이 회장에 선임된 것이 24일이었다. 조양호 회장의 영결식 이후 약 일주일 만에 조원태 회장이 회장직에 오른 셈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아버지인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의 영결식 한달 뒤 회장에 오른 것을 살피면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원태 회장을 중심으로 대한항공이 세계 항공시장에서 질적 성장과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