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시스템반도체사업에 133조를 투자하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대규모 선제적 투자를 통해 삼성전자를 메모리반도체에 이어 시스템반도체에서도 글로벌 1위 기업으로 만들어 100년 삼성을 향한 토대를 마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에서 '한번 해보자' 의지 보여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는 24일 시스템반도체사업 육성전략을 담은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다. 

반도체 비전 2030은 2030년까지 연구개발(R&D) 분야에 73조 원, 최첨단 생산 인프라에 60조 원을 각각 투자하는 게 뼈대다.

기술력 강화를 위해 시스템반도체 관련 전문인력 1만5천 명을 채용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사업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133조는 단일 프로젝트 투자 규모로는 역대 최대다.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이 부회장은 메모리반도체로 삼성전자를 글로벌기업으로 키운 부친 이건희 회장에 이어 시스템반도체로 삼성전자의 제2의 도약을 이끌게 되는 셈이다.

시스템반도체는 5G,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4차산업혁명 시대에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메모리반도체보다 부가가치도 크다. 반도체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시스템반도체를 포함 비메모리반도체가 70%나 된다.

이 부회장은 올해 들어 시스템반도체 사업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거듭 내놓았다.

이 부회장은 1월4일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을 찾아 "메모리반도체시장 정체를 극복할 수 있는 지속적 기술 혁신과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1월10일 이낙연 국무총리와 만남에서도 “한번 해보자는 마음을 다시 가다듬고 도전하면 5G나 시스템반도체 등 미래 성장산업에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를 놓고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사업 육성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마련해 이 부회장의 재판이 마무리된 뒤인 하반기에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메모리반도체사업 환경의 악화로 삼성전자가 2019년 1분기에 10분기 만에 ‘어닝쇼크’ 수준의 영업이익을 거두자 조기에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시스템반도체사업을 육성하는 데 이 부회장이 강조해 온 초격차 전략을 중심에 뒀다. 투자금액의 절반이 넘는 73조 원이 연구개발(R&D) 분야에 배정된 데서 그런 의지가 읽힌다. 

초격차는 경쟁사가 따라잡을 수 없는 수준의 기술 격차와 생산 능력을 확보해 절대적 우위를 지킨다는 뜻으로 이건희 회장이 경영을 총괄할 때부터 반도체사업에서 초격차 전략을 핵심적 경영목표로 내세우고 추진해 왔다. 

삼성전자의 과감한 결단은 정부가 추진 중인 비메모리 반도체사업 경쟁력 강화와도 맥을 같이한다. 문재인 정부는 3대 역점사업 가운데 하나로 비메모리반도체 분야를 선정하고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런 점에서 이 부회장이 내건 '반도체 비전 2030'은 삼성전자를 넘어 국가 차원의 과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를 의식한 듯 삼성전자는 반도체 비전 2030에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상생협력을 통해 시스템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담았다.

삼성전자는 팸리스(Fabless·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디자인하우스(Design House·설계 서비스 기업) 등 시스템반도체 인프라기업들과 기술력을 공유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지식재산권(IP·Intellectual Property)을 관련 중소기업에 제공하고 관련 기업들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위탁생산) 서비스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문턱도 크게 낮추기로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