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본격화된다. 이번주 안에 매각주간사가 결정되고 본격적 실사에 들어간다.

매각주체는 금호산업이지만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KDB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과 정부의 이해관계까지 얽혀 있는 탓에 인수자 입장에서는 계산이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 인수후보, 금호산업과 채권단 다 만족시킬 수 있나

▲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과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와 채권단이 올해 안에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세우면서 매각 실무를 담당한 금호산업의 발걸음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매각주체가 금호산업인 점을 명시했다.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 역시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매각주체는 금호산업인 만큼 책임감을 지니고 해보겠다고 말했다.

다만 채권단의 입김이 셀 수밖에 없다. 채권단과 함께 매각을 종용한 정부 역시 매각 과정을 마냥 손 놓고 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매각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33.5% 매각(구주 매각)과 제3자 배정 유상증자(신주 발행) 방식으로 이뤄진다.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등 저비용항공사(LCC)를 비롯한 자회사는 일괄로 넘기되 인수자가 요청하면 분리매각도 협의할 수는 있다.

대형 항공사의 경영권이 걸린 유례가 없는 거래인 데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가 3조 원을 넘고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영구채 매입을 통해 5천억 원을 지원하는 등 복잡한 사안들이 얽히고 설켜 있다.

우선 구주 가격과 유상증자 규모부터 금호산업과 채권단의 입장이 엇갈린다. 구주를 비싸게 매각하면 금호산업에 들어오는 돈이 많아진다. 반면 유상증자 규모가 커질수록 아시아나항공에 유리하다.

금호산업으로선 당연히 구주 가격을 높게 받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금호산업이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의 지분의 가치는 24일 종가 기준으로 4600억 원 수준이다. 여기에 보통 30%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는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이 쉽게 나오기 어려운 매물인 데다 수십 년에 걸쳐 쌓은 유무형의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더 높은 프리미엄이 붙을 가능성도 있다.

반면 더 좋은 주인을 찾아줘야 한다며 매각을 밀어붙인 채권단 입장에서는 구주 가격보다는 유상증자 규모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 주식을 단 1주도 지니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얼마에 팔리느냐보다는 어떤 주인에게 가느냐가 ‘성공적 매각’을 결정짓는 요건이기 때문이다.

인수후보는 가격을 제시할 때 구주 가격과 유상증자 규모를 면밀하게 따질 것으로 보인다. 구주 가격을 높게 쓸수록 유상증자 규모는 줄 수밖에 없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인수하는 아시아나항공 영구채의 금리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5천억 원의 영구채를 사들이기로 했는데 이 영구채 금리가 7%대로 다소 높게 책정돼 인수자의 이자 부담이 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단순 계산하면 연간 350억 원을 이자로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더구나 2년 뒤에는 가산금리가 2.5% 붙고 3년물 국고채 금리가 추가된다. 영구채는 보통 만기가 없이 이자만 지급하면 되는 채권이지만 기간이 길어지면 금리를 급격히 올리는 ‘스텝 업’ 조항을 둬 원금 상환을 유도한다.

결국 인수자로서는 영구채 금리와 조기 상환까지도 염두에 두고 구주 가격과 유상증자 규모를 결정해야 하는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