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할까?

CJ그룹은 CJ대한통운을 보유하고 있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성공하면 글로벌 운송기업 ‘페덱스(FedEx)’와 비슷한 사업모델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오늘Who] 이재현, CJ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페덱스' 꿈꿀까

이재현 CJ그룹 회장.


2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으로 거론되는 후보 가운데 CJ그룹이 가장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CJ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이유는 CJ대한통운과 아시아나항공의 시너지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CJ대한통운은 현재 육상운송을 중심으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아시아나항공의 항공운송을 더하면 종합 물류망을 확보해 글로벌 물류시장을 더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다.

이재현 회장은 2020년까지 CJ대한통운을 글로벌 ‘톱5’ 물류기업으로 키운다는 목표를 세운 뒤 다양한 국가에서 인수합병(M&A)을 진행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이 최근 5년 동안 미국과 중국 등에서 인수한 물류기업은 모두 8곳에 이른다.

이 회장은 3월 말 미국 물류기업 DSC로지틱스를 직접 방문하며 CJ그룹의 물류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CJ그룹은 2018년 8월 DSC로지스틱스를 2300억 원에 인수했다.

하지만 CJ대한통운이 세계적 물류기업으로 도약하려면 항공사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항공운송활동그룹(ATAG)에 따르면 항공운송이 세계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기준 35%(약 6200만 톤)에 이른다. 시간이 흐를수록 항공운송의 비중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적 물류기업인 페덱스나 DHL, UPS 등은 모두 항공사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항공물류에서 가장 앞서있는 페덱스는 1971년 설립됐는데 1988년 화물운송 전용 항공사인 플라잉타이거라인을 인수한 뒤 항공운송 서비스를 시작했고 현재는 600대가 넘는 항공기를 운영하고 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궁극적으로 글로벌 물류업체로 성장하려면 항공업이 필요하긴 하다”며 “CJ그룹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면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가능은 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CJ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자금 마련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파악된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최대 2조 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차입금은 3조7천억 원 수준이며 이 가운데 1년 안에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이 1조2천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23일 아시아나항공에 당초 예상 지원규모보다 약 3배나 많은 1조6천억 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기업의 부담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CJ그룹은 2018년 말 연결기준으로 보유한 현금과 현금성자산이 1조4736억 원에 이른다. 2018년 2월 1조3천억 원에 CJ헬스케어를 한국콜마에 매각했고 올해 2월에는 CJ헬로를 LG유플러스에 매각하며 약 8천억 원을 손에 쥐었다.

여기에 CJ푸드빌을 매각해 추가적으로 자금을 확보할 수도 있다.

CJ그룹은 CJ푸드빌 매각설을 부인하고 있지만 적자가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CJ푸드빌을 정리할 것이란 말이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있다. CJ푸드빌은 2018년 영업손실 434억 원, 순손실 1283억 원을 냈다. CJ푸드빌 기업가치는 약 6천억 원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CJ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얻을 실익이 크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화물운송 비중이 크지 않아 CJ대한통운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82대의 항공기 가운데 화물기는 12대에 불과하고 화물기 가운데 절반은 자체보유가 아닌 리스로 운영하고 있다.

CJ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해 부인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여객기 비중이 높아 CJ대한통운과 시너지를 내려면 아시아나항공의 사업구조가 화물기 위주로 개편돼야 하는데 이것은 가정에 불과하다”며 “현재 투자은행업계에서 돌고 있는 CJ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설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