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원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 부회장이 SK건설을 품에 안을까?

최 부회장이 지배하는 SK디스커버리가 SK건설의 최대주주가 되면 연결기준으로 SK건설의 실적을 인식하며 지주회사의 외형을 한 단계 키우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최창원, SK건설 품에 안아 SK디스커버리 몸집 늘릴까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 부회장.


21일 SK건설에 따르면 SK와 SK디스커버리 가운데 한 쪽은 올해 말까지 보유하고 있는 SK건설 지분 일부를 처분해야 한다.

SK건설은 2018년 말 기준 최태원 회장이 지배하는 SK가 지분 44.5%를 보유해 1대주주, 최창원 부회장이 지배하는 SK디스커버리가 지분 28.3%를 보유해 2대주주에 올라 있다.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가 계열사 이외의 지분을 5% 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행위 제한요건을 두고 있는데 SK건설은 2017년 12월 SK디스커버리가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면서 이를 2년 안에 해소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SK건설이 SK와 SK디스커버리 둘 중 어느 쪽으로 갈지 시장은 쉽사리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의 지분구조를 정리하기에는 SK건설이 SK에 붙는 것이 유리하지만 최창원 부회장과 관계를 봤을 때 SK디스커버리의 계열사로 갈 수 있다는 관측도 계속 나온다. 최창원 부회장은 2007년부터 2013년까지 SK건설 대표이사 부회장을 지냈다.

2018년 말 인사에서 SK건설 대표이사에 최태원 회장 사람으로 평가되는 조기행 부회장이 물러나고 최창원 부회장 사람으로 평가되는 안재현 사장이 단독으로 선임되면서 SK건설의 SK디스커버리행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현재 상황에서 단순히 실적만 놓고 보면 SK건설은 최창원 부회장에게 더욱 절실해 보인다.

SK건설은 SK디스커버리보다 몸집이 크다. 2018년 SK건설은 연결기준으로 매출 7조5121억 원, 영업이익 1758억 원을 냈고 SK디스커버리는 연결기준으로 매출 2018년 6조9391억 원, 영업이익 1천억 원을 올렸다.

SK건설은 현재 SK의 재무제표에 연결기준으로 반영되고 있는데 SK디스커버리가 SK건설의 최대주주에 오르면 연결기준 실적으로 SK건설을 인식할 수 있다.

최창원 부회장이 SK건설을 품에 안으면 SK디스커버리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2배 이상 증가하면서 외형을 단숨에 확장할 수 있는 셈이다.

반면 SK는 2018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101조5020억 원, 영업이익 4조6881억 원을 냈다. SK건설이 연결기준에서 빠져도 실적에 큰 변화를 줄 정도는 아니다.

문제는 자금여력이다.

SK건설은 현재 장외에서 1주당 2만8천 원에 거래되고 있는데 이 가격을 적용하면 최창원 부회장이 SK가 보유한 SK건설 지분 39.5%를 사는 데 필요한 자금은 3900억 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최창원 부회장이 SK의 SK건설 지분 39.5%를 사면 SK는 SK건설 지분율이 5% 아래로 내려가 공정거래법상 행위 제한요건에 걸리지 않는다.

SK디스커버리는 2018년 말 연결기준으로 886억 원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최창원 부회장이 2018년 SKD&D 지분 전량을 매각해 확보한 1700억 원을 더해도 2500억 원이 채 되지 않는다.

최창원 부회장이 SK의 SK건설 지분 일부만 사고 SK건설이 나머지 지분을 사모펀드 등에 넘기는 방안이 고려될 수도 있다.

SK디스커버리가 SK건설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지주회사가 비상장 자회사 지분 40%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는 공정거래법 요건을 만족하면 되는데 이를 위해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지분은 12% 가량에 그친다.

한 주당 2만8천 원에 거래된다고 가정하면 최창원 부회장이 지분 12%를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은 1190억 원 가량으로 줄어든다.

최창원 부회장이 SKD&D를 통해 확보한 1700억 원 전액을 SK건설 지분 매입에 활용한다면 SK디스커버리는 지분율을 17.2%포인트 가량 늘리며 SK건설 지분을 45.5%까지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SK건설이 상장을 하면 문제는 더욱 간단해진다.

상장 자회사는 비상장 자회사와 달리 지주회사가 지분 20% 이상만 보유해도 공정거래법 요건이 만족된다. SK건설이 상장사라면 SK디스커버리는 추가 지분 매입 없이 SK의 지분 매각만을 통해 SK건설을 향한 지배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SK건설은 2018년 상장을 준비했으나 라오스 댐 사고 이후 상장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건설 관계자는 "아직까지 지배구조 변경과 관련해 구체적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