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를 한국의 아마존으로 키우겠다.”

SK텔레콤이 지난해 8월 11번가를 SK플래닛으로부터 분사해 5천억 원 규모의 투자유치를 발표하면서 한 말이다. 
 
11번가, 박정호 강조한 데이터로 무장해 ‘한국 아마존’으로 전진

▲ 이상호 11번가 대표이사 사장.


SK텔레콤의 이커머스사업인 11번가가 SK텔레콤의 ICT로 무장하면서 ‘한국의 아마존’으로 도약을 진행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11번가와 SK스토아는 SK텔레콤의 ICT역량을 결집해 디지털 커머스 포털로 진화하고 있다.

11번가는 최근 ‘장바구니 리마인더’ 서비스를 시작했다. 

고객의 장바구니에 담아둔 물품 가운데 가장 고객이 사고 싶어 할 것 같은 물품 한 개를 골라내 고객이 가장 많이 결제한 시간대에 맞춰 알람을 보내는 서비스다.

고객이 장바구니에 사고 싶은 물품을 담아둔 사실을 잊어버려 구매로 이어지지 못한 사례들이 많다는 것에 착안해 이런 서비스를 출시했다. 

고객마다의 최적 쇼핑시간을 찾아내거나 고객의 마음 속에 가장 크게 자리잡고 있을 것 같은 물품을 집어내는 데에는 11번가의 데이터 기술과 인공지능(AI) 기술이 바탕이 된다. 

커머스사업에 데이터 적용은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크게 강조하는 기술이기도 하다. 

박 사장은 3월27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지금까지 모든 유통은 사갈 것으로 생각하는 것을 팔았다”며 “하지만 최근 아마존은 많이 팔리는 ‘별 다섯 개짜리’ 물건만 모아 파는 섹터를 만드는 등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샵’들이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1번가도 판매자의 (막연한) 경험치에 의한 샵이 아니라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샵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11번가는 3월 ‘실시간 쇼핑 검색어’ 서비스도 시작했다.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실시간 검색어를 11번가 플랫폼에서 한 눈에 보고 바로 구매까지 할 수 있는 서비스다. 

11번가는 소비자 관심사를 매 10분마다 실시간으로 반영하기 위해 빅데이터를 통해 ‘정보 추출 로직’을 개선했다.

이상호 11번가 대표이사는 “마치 네이버 앱에 실시간 급등 검색어가 뜨듯이 11번가 고객들은 최신 트렌드 상품들 가운데 자신의 구미에 맞는 물품을 쉽게 검색할 수 있게 된다”며 “단순히 상품 리스트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상품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바로 바로 보여주기 때문에 쉽게 주문·결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8일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쇼핑 알림 메신저 ‘11톡’도 내놓았다. 

11번가의 인공지능 추천 알고리즘을 반영해 각 고객이 관심있어 하는 상품 및 카테고리의 혜택을 맞춤형으로 메신저 형태로 제공한다. 

박정호 사장은 ‘11번가 매각설’이 나돌던 지난해 오랫동안 적자를 보고 있는 11번가를 키우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뒤 11번가가 미래 유통시장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성장전략을 고심해왔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의 ICT를 아낌없이 유통사업에 접목할 것을 주문했고 현재 그를 바탕으로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사장은 지난해 임원회의에서 “인공지능 기술과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기술들이 고객들의 소비패턴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있으며 이는 세계적 트렌드”라며 “SK텔레콤은 11번가를 미래의 선도적 커머스업체로 키워나가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사장이 11번가를 아마존으로 키워야겠다는 구상은 이미 오래 전부터 진행돼 온 것으로 보인다. 

박 사장은 2017년 9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아메리카 2017’에 참석해 11번가를 매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으며 “아마존은 우리보다 영업이익이 적지만 (영업이익을) 다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만큼 SK텔레콤은 커머스 영역에서 역량을 더 넣어야 한다”며 아마존처럼 커머스 영역에 더 많은 기술들을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