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규모 투자를 주도했던 삼성전자의 전장부품업체 하만 인수성과가 가시화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자동차 부품분야로 영역을 빠르게 확대하면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사업 부진을 극복할 활로를 찾을 수도 있다.
 
이재용이 인수한 하만, 삼성전자 반도체 디스플레이 활로 역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19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미국 자회사인 하만이 중국 등 해외 자동차기업과 인포테인먼트를 포함한 전장부품 공급 및 기술 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만은 중국 상하이모터쇼 개막을 앞두고 보도자료를 통해 중국 창청자동차에 차세대 ‘디지털 콕핏’을 공급하고 음성인식 등 소프트웨어 기술을 제공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협력계획을 내놓았다.

중국 최대 전기차업체인 베이징전기차(BJEV)에 하만의 디지털 콕핏 솔루션을 공급하고 관련된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내용의 협약도 최근 발표됐다.

디지털 콕핏은 삼성전자가 2016년 하만을 인수한 뒤 처음으로 삼성전자 전장사업팀과 하만의 공동 연구개발을 시작한 자동차용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9조 원에 이르는 과감한 투자를 주도했던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합병이 마침내 글로벌 고객사의 수주로 이어지며 가시적 성과를 나타내고 있는 셈이다.

하만은 중국 자동차기업뿐 아니라 최근 BMW에도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을 개발해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글로벌 자동차부품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하만이 주력상품으로 앞세우는 디지털 콕핏은 삼성전자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기술력, IT분야 사업경험 등이 하만의 자동차분야 역량과 시너지를 낸 성공적 협업사례로 꼽힌다.

1월 미국 가전전시회 ‘CES2019’에서 공개된 디지털 콕핏은 하만이 기존에 완성차기업에 공급하던 인포테인먼트에 삼성전자의 인공지능과 디스플레이, 사물인터넷 기술 등을 결합한 형태다.

사용자가 집에서 음성 명령을 통해 미리 자동차의 시동을 걸고 온도를 조절하거나 자동차에서 집 안의 사물인터넷 가전을 원격으로 동작할 수 있다.

자동차 인포테인먼트를 스마트TV나 태블릿PC처럼 활용해 다양한 콘텐츠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하만이 그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축적해온 기술과 경험이 시너지를 내면서 디지털 콕핏의 기술 구현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021년까지 5G통신 기술을 적용한 자동차용 통신시스템도 하만과 공동으로 개발해 글로벌 완성차업체에 공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만의 전장부품 수주 확대는 차량용 반도체와 자동차 디스플레이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삼성전자와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 실적 증가에 큰 도움이 된다.

삼성전자는 인포테인먼트 구동에 쓰이는 프로세서와 차량용 메모리반도체, 삼성디스플레이는 자동차용 중소형 올레드 패널의 공급 확대를 추진하며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기업에 하만의 인포테인먼트 등 전장부품 공급이 본격화되면 자연히 삼성전자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수요도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스마트폰시장의 급격한 침체로 모바일용 반도체와 패널 수요가 급감하며 실적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이 완연한 침체기에 접어들고 시장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용이 인수한 하만, 삼성전자 반도체 디스플레이 활로 역할

▲ 삼성전자와 하만이 개발한 '디지털 콕핏'.


하지만 자동차 전장부품시장은 자율주행차와 5G통신 등 신기술 보급 확대에 힘입어 가파른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삼성전자가 이를 통해 실적 부진을 만회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전장사업 진출 초반부터 하만 인수라는 결단을 내렸고 앞으로도 적극적 투자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전장부품과 인공지능, 5G통신과 바이오 분야를 4대 신사업으로 점찍고 3년 동안 25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삼성전자의 전장사업은 이 부회장 시대에 들어 주요 신사업으로 자리잡으며 위상이 커지고 있다.

이 부회장은 1월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경영진과 간담회에서도 전장용 반도체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기 위해 지속적 기술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