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가 롯데카드 본입찰에서 인수가격을 얼마로 제시할까.

최근 카드업황이 악화되고 있는 데다 롯데카드의 재무구조를 감안해  당초 예상보다 가격을 낮게 제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나금융지주, 롯데카드 인수가격 놓고 무리수 두지 않는다

▲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16일 금융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19일 롯데카드 본입찰에서 하나금융그룹이 희망 인수가격을 당초 예상보다 낮게 써낼 수 있다.

롯데카드에서 원하는 매각가격은 1조5천억 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카드업황이 갈수록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데다 롯데카드 인수 주체인 하나금융지주의 재무상황 등을 따져볼 때 당초 예상보다 줄어든 가격을 써낼 것으로 보인다. 

2018년 말 하나금융지주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25.61%로 KB금융지주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신한금융지주, JB금융지주, BNK금융지주 등 6곳 은행계열 금융지주의 평균인 122.20%를 소폭 웃돌았다.

이중레버리지비율은 금융지주가 자회사에 출자할 수 있는 여력을 보여주는 재무지표로 금융 당국은 이 비율을 130% 미만으로 유지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롯데카드 인수가격을 1조5천억 원으로 가정한다면 하나금융지주가 롯데카드를 인수한 뒤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33.8%까지 높아지게 된다”며 “추가 인수합병 때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롯데카드의 레버리지비율, 카드업황 등을 고려하면 하나금융지주가 롯데카드 인수가격을 시장 기대보다 낮게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카드산업 경쟁력 제고 및 고비용 영업구조 개선방안’을 내놓으며 예상과 달리 카드사 레버리지비율 관련 규제를 이전과 동일하게 유지하기로 했다. 카드사들은 그동안 영업활동에 어려움이 있다며 레버리지비율 규제를 풀어줄 것을 요구해왔다.

레버리지비율은 총자산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금융당국은 카드사가 과도하게 차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 비율을 6배까지로 제한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롯데카드의 레버리지비율은 5.8배로 8곳 카드사 가운데 2위를 차지했다. 카드사 8곳의 평균치인 4.78배를 크게 웃돌았다.

이 때문에 롯데카드가 신사업 진출이나 공격적 사업활동을 벌이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른 카드사보다 레버리지비율 관리가 시급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소비자에 많은 혜택을 주는 카드를 없애거나 줄이는 등 마케팅 비용을 줄여야할 수도 있어 하나금융그룹이 롯데카드를 인수하더라도 카드업계에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하나금융그룹이 써낼 롯데카드 희망 인수가격에 이런 점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금융지주는 이번 롯데카드 인수 외에도 보험사 인수, 하나UBS자산운용의 경영권 인수 등 비은행 계열사 인수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며 “외환은행 인수에 따른 여파도 남아있는 만큼 출자여력을 아껴야할 필요성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