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이 '천붕'의 아픔을 겪었다.

부모나 임금의 죽음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과 같다는 뜻의 한자어인데 대한항공뿐 아니라 한진그룹 안팎의 현안이 산적해 있는 만큼 조 사장에게 아버지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오늘Who] 하늘 무너진 조원태, 한진그룹 짊어질 어깨 무겁다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 


8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의 한진그룹 경영권 승계 문제가 현실화했다.  

한진그룹의 대표 계열사인 대한항공이 국내 최대 항공사라는 점을 살피면 조 사장은 개인적으로 아버지라는 큰 하늘이 무너진 상황에서 대한항공의 하늘길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셈이다.  

조 사장은 2016년 3월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대표이사에 오른지 3년 만에 그룹 경영까지 진두지휘하며 경영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당장 올해 6월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총회의 성공적 개최가 관건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는 항공업계의 UN으로 불리는 단체로 120개 나라의 287개 항공사가 가입돼 있다.

조양호 회장은 국제항공운송협회에서 집행위원, 전략정책위원 등을 맡으며 핵심적 역할을 담당해왔다. 또한 이번 총회의 의장을 맡으면서 총회가 서울에서 개최되는데도 큰 공헌을 했다.  

조 사장으로서는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우며 대한민국 항공업계를 대표하는 얼굴로 총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해야한다.  

대한항공이 가장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 가운데 하나인 델타항공과 조인트벤처(JV)를 계속해서 성공적으로 이끌어가는 것 역시 조 사장의 눈앞에 놓인 과제다. 

대한항공은 2018년 4분기에 갑자기 치솟은 국제유가에도 불구하고 영업흑자를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상장 항공사 가운데 2018년 4분기 흑자를 낸 항공사는 대한항공과 제주항공 뿐이다. 이 성과를 거두는 데 델타항공과 진행하고 있는 조인트벤처가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조인트벤처 사업 역시 조 회장의 후광에 힘입은 바 컸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델타항공과 조인트벤처는 조양호 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사업”이라며 “조인트벤처를 진행하는 데 조 회장의 항공업계 인맥 등이 매우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뿐 아니라 그룹 차원의 문제도 산적해있다. 

특히 조 회장의 ‘숙원사업’으로 알려진 한진그룹의 호텔사업을 조 사장이 어떻게 이끌어나갈지 주목된다.

한진그룹은 국내 계열사인 칼호텔네트워크, 해외 계열사인 한진인터내셔널 등을 통해 호텔사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한진그룹의 호텔사업은 만성적자에 시달리면서 끝없는 매각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KCGI 역시 “외부 투자유치 등을 통해 과거 수년 동안 방치됐던 호텔·레저사업에 무리한 투자가 또다시 진행된다면 그룹 전체에 막대한 손실을 낳을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KCGI가 여전히 조 사장 일가의 한진그룹 경영권과 관련해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는 점도 조 사장이 넘어서야 할 큰 부담이다.

KCGI는 3월28일부터 4월8일까지 한진칼 주식 47만 주를 추가로 매입해 보유지분을 13.47%까지 늘린다고 4일 공시했다. 3월29일 열린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패배했지만 여전히 공세를 늦추지 않을 뜻을 간접적으로 밝힌 셈이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KCGI의 자회사 그레이스홀딩스가 계속해서 한진칼 지분을 추가 취득하고 있어 앞으로 주주총회에서 KCGI의 의결권은 계속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2018년 한진칼 사업보고서 기준 조양호 회장은 한진칼 지분의 17.84%, 조원태 사장은 2.34%를 보유하고 있다. 그 밖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31%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2.3%를 보유하고 있다.

조 사장의 한진칼 보유지분은 현저히 낮다. 조 회장의 한진칼 지분을 상속하는 데 따른 막대한 상속세 부담도 있다.

조현아 전 대항항공 사장과 조현민 전 진에어 부사장도 지분이 조 사장과 엇비슷한 지분을 보유한 상태여서 3남매의 지분승계 과정에서 변수가 돌출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일각에서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