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재팬디스플레이(JDI)가 장기간 경영난을 겪다가 결국 중화권 자본에 인수됐다.

중국은 LCD와 올레드 디스플레이에 막대한 투자를 벌이고 있는데 일본 패널업체의 기술력도 확보하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한국 패널업체에게 위협이 될 수도 있다.
 
재팬디스플레이 중국에 넘어가, 삼성과 LG디스플레이 위협적

▲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부회장.


5일 닛케이아시안리뷰 등 외국언론에 따르면 재팬디스플레이는 중국과 대만업체가 구성한 콘소시엄에 50% 가까운 지분을 넘기기로 했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일본 디스플레이산업이 한국과 중국 등 막강한 경쟁국가에 밀려 사실상 종말을 맞은 것이라고 바라봤다.

재팬디스플레이는 소니와 히타치, 도시바 등 일본 전자업체의 디스플레이사업부를 통합해 설립된 국영기업으로 일본 정부 펀드가 대부분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애플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에 사용되는 모바일 LCD 패널이 재팬디스플레이 실적에서 대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최근 LCD시장에서 중국업체의 공격적 진출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애플이 아이폰에 올레드패널을 탑재해 LCD 수요도 급감하면서 재팬디스플레이는 심각한 경영난을 겪었다.

재팬디스플레이는 자회사 J올레드를 통해 중소형 올레드 기술 개발과 사업 진출도 꾸준히 추진해 왔지만 아직까지 눈에 띄는 성과를 보지 못했다.

일본 정부의 펀드가 재팬디스플레이를 더 지원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결국 중화권 자본에 지분과 경영권을 넘긴 것으로 분석된다.

대만 홍하이그룹이 2016년 일본 샤프를 인수한 데 이어 일본업체의 디스플레이 기술이 사실상 모두 중화권 자본에 넘어간 셈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들어 반도체 대신 디스플레이산업을 주력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운 뒤 현지 패널업체의 LCD와 올레드공장 증설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중국이 일본의 앞선 디스플레이 기술력까지 확보한다면 시장 진출을 앞당기거나 투자 확대에 더 자신감을 보일 공산이 크다.

중국 LCD업체의 공세로 LCD와 올레드사업에서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위기감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재팬디스플레이는 중국 패널업체와 달리 품질 기준이 까다롭기로 이름난 애플에 LCD 패널을 공급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고 오랜 협력관계도 확보하고 있다.

재팬디스플레이의 중소형 올레드 기술력이 충분한 수준으로 발전한다면 애플 등 중소형 올레드 패널 주요 고객사를 놓고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에 맞서 수주경쟁을 벌일 수도 있다.

로이터 등 외국언론에 따르면 재팬디스플레이는 최근 최초로 애플 스마트워치 ‘애플워치’에 사용되는 중소형 올레드패널을 공급하는 계약도 맺었다.

애플워치용 올레드는 이전에 대부분 LG디스플레이가 공급하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공급 물량 일부를 재팬디스플레이에 빼앗길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중화권 자본이 재팬디스플레이의 올레드 연구개발과 생산투자를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강력한 새 경쟁사를 맞이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중국과 대만 콘소시엄은 재팬디스플레이를 인수한 뒤 중국에 대규모 올레드공장을 지을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중국 정부의 지원을 노리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